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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08-04 17:22
법정스님의 책을 읽으면서
 글쓴이 :
조회 : 3,888  
연일 찌는 듯한 불볕더위다. 텔레비전의 일기예보에선 포항이 가장 기온이 높았다고 하지만 사실은 경주가 그보다 0.5°쯤 더 높다. 그래선지 산골마을이라 해도 훅훅 찐다. 샤워를 해도 그 순간뿐.

아침과 저녁에 산책할 때면 해가 뜨기 전이나 진 뒤지만, 그래도 덥기는 매한가지. 다만 눈을 시원하게 하는 자연 풍광을 맛보고 와서 그런지 기분은 더없이 상쾌하다. 역시 육신보다 마음이 우선인가 보다.

이곳 달내마을은 밤에 열대야가 없다. 저녁 여섯 시만 넘으면 견딜만하고 아홉 시 지나면 제법 시원한 바람이 창으로 들어온다. 그러다 잠잘 때쯤이면 창문을 닫아야 할 정도고. 그러나 낮은 어쩔 도리가 없다. 바람은 불지만 땅의 더운 열기를 먹어선지 텁텁할 뿐.

낮을 지내는 데는 역시 이열치열(以熱治熱)이 최선. 그렇다고 뜨거운 음식을 먹은 건 아니었다. 책을 들었다. 처음 빠져들기 전까지는 역시 덥다. 그러나 몰입하게 되는 순간부터 더위는 저만치 사라진다.

오늘은 전에 한 번 읽은 적이 있는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를 꺼냈다. 만약 누가 내게 살아 있는 사람 중에 가장 만나고 싶은 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서슴없이 법정 스님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기에 그 분의 ‘무소유의 세계’를 한 번 곁눈질하고는 책이 나올 때마다 읽었다.

스님은 글을 잘 쓴다. 아니 이 말은 실례가 된다. 글을 잘 쓴다는 말은 다른 식으로 말하면 그만큼 ‘그럴 듯하게 쓴다’는 말이기에. 그런 점에서 스님은 글을 잘 쓴다는 표현보다 ‘진솔하게 쓴다’는 말이 들어맞을 것이다. 진실을 담은 글이야말로 그 사람의 참모습을 보여줘 읽는 이의 심금을 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맛이 난다.

좋은 차를 달여 마실 때 첫 잔보다 둘째 잔이, 둘째 잔보다 셋째 잔이 더 차맛을 음미할 수 있듯이 이런 글은 되풀이 읽을수록 가슴에 와 닿는다. 그래선지 이 <오두막 편지>는 두 번째 읽지만 첫 번째보다 확실히 마음에 시나브로 스며든다.

스님이 좋은 글을 많이 쓰기에 존경하는 건 아니다. 언행일치(言行一致)의 삶을 살고 있기에 존경하는 것이다. 우리는 많은 말을 하고 산다. 그러나 얼마나 그 말에 맞는 행동을 하고 있을까. 솔직히 나는 자신 없다. 간혹 아는 이들이 “선생님 정도라면 괜찮지 않아요?” 하는 말조차 부끄럽기 그지없는 말이다.

속마음과 행동의 괴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일어난다. 그걸 아는 이들에게 감추기 위하여 또 얼마나 애쓰는가. 그래서 가장 큰 걱정은 혹 누가 속마음을 비추는 기계를 만들어낼까 두렵다.

그런 나를 더욱 부끄럽게 만드는 이가 바로 법정 스님이다. 스님은 끝없이 내게 ‘버려라, 버려라. 집착과 소유는 죄악이다. 비워라, 비워야 한다. 온갖 욕망의 웅덩이를.’고 내 마음 속에 법고(法鼓)를 울려주고 있다.

누리려면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릴 수 있는 사람이 전기도 수도도 없는 곳에 가 살며, 수행에서 얻은 진리를 속세의 대중에게 설파하는 것이다.

다음은 책 표지에 나오는 글이다.

‘전기를 끌어들일 생각을 하지 말아라. 전기가 들어가면 곁들어 따라 들어가는 가전제품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 … 수도를 끌어들이지 말아라. 수도가 들어가면 먹고 마시는 일이 따라가고 자연히 사람들이 모여들게 된다. 마실 물은 바로 지척에 있는 암자의 샘에서 물병으로 길어다 쓰면 될 것이다. 그 집에는 차 외에는 마실 것도 두지 말아라.’

내게 조그만 소원이 있다면 그분을 만나 밤새도록 ‘무소유의 철학’을 듣는 시간을 얻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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