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11-2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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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본의 개 이야기] 개도 남을 배려한다
배고픔 참고 약자에게 먹이 나눠줘… 주인에게 음식 양보도
사람에게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란 자신의 이익을 희생해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상대를 먼저 챙기는 고귀한 마음이다. 이런 고도의 정신활동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지만 개에게도 이런 배려심이 있다. 이를테면 함께 생활하는 개가 아직 어리거나 몸이 약할 경우, 체력적으로 훨씬 우세한 개가 먹을 것을 나눠주거나 장난감을 양보하는 등 배려심 넘치는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개는 원래 무리생활을 하던 동물이다. 이런 무리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동료를 위한 배려가 요구된다. 이런 행태는 개의 조상인 늑대의 행동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늑대는 새.끼를 돌보느라 사냥에 참여하지 못한 어미개를 위해 사냥에서 획득한 먹이를 가져와 나눠준다. 먹이가 부족할 때도 자신의 배고픔을 참고 약자에게 먹이를 나눠준다. 자기 힘이 우세하다고 먹이를 독식하지는 않는다. 이 같은 무리에 대한 배려심은 사람에게 사육되고 있는 개도 마찬가지다. 가령 모견과 자견의 경우를 보더라도 모견은 자신이 가지고 놀고 있는 장난감을 자견이 원하면 대부분 양보한다. 모견의 이런 행동은 분명히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고 새.끼에게 좋은 것을 양보하는 것이다.
사람에게 사육되는 개는 사육주와 그 가족을 자신의 무리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기준으로 개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 개는 주인을 무리의 리더라고 생각하고 그 가족들도 자기보다 윗 서열을 가진 무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하고 비슷한 서열이라고 생각하는 가족 일원이 좀 무리한 요구를 하면 반항하기도 하고 못 들은 척 무시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반면에 높은 서열의 리더에게는 배려에 넘치는 행동을 보인다. 개를 관찰한 기록을 소설로 출간하여 화제가 됐던 동물학자 엘리자베스 M 토머스의 ‘개들의 숨겨진 삶’이라는 책에 재미있는 관찰이 있다. 사육주가 개와 아이스크림을 한 입씩 돌아가며 나눠 먹는데 마지막에 남은 작은 콘 한 입을 개가 사육주에게 양보하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당연히 개도 먹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욕망을 억제하고 주인에게 맛있는 음식을 양보하는 행위는 분명 사람을 제외한 일반 동물들이 보여주기 힘든 고귀한 배려심이다.
비슷한 감동을 주는 행태이지만 약간 성격이 다른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주인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병원 앞을 계속 지키던 개가 있었다. 개의 이런 행동에 대해 사람들은 대개 ‘주인의 병을 염려한 개의 배려’라고 오해를 한다. 개에게는 무리의 리더에 대해 자신을 억제하는 충성심과 복종심이 있다. 이런 충성심과 복종심은 무리에 대한 개의 일체감과 비례해서 주인을 기다리는 등의 강한 인내심을 발휘하게 한다. 개의 이런 점이 사람들에게 강한 배려심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사람들의 아름다운 오해인 것이다. 사실 사람들의 이런 오해에 의해 화제가 된 개도 많이 있다. 실제로 개는 배려심이 넘치는 행동을 할 때가 많다. 동물의 습성을 보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본능적 행태에 반하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런 점에서 자신이 먹고 싶은 욕망을 참고 약자에게 먹이를 양보하는 개의 배려는 동물의 생존 본능을 초월한 비상식적 지속 행위의 한 행태다. 그러나 이런 비상식적 행태는 분명 무리 전체의 이익과 연결되는 것이다. 개의 행동은 무리를 지속시키는 데 효과적인 행태인 것이다. 사람들도 개의 이런 행태를 살펴서 ‘개만도 못한 사람’이 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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