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원하는건 '지속 가능한 희망의 끈' 
 
 
   
▲ 4일 오전 '2009 희망근로 사업'의 일환으로 오목천교 밑 황구지천에서 실시하고 있는 '희망근로사업 자전거도로 정비' 현장. 참가자들이 제초작업을 펼치고 있다. 무더운 날씨에도 환한 웃음을 잃지 않고 작업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은 "날씨는 덥지만 시민을 위해 보람된 일을 해서 뿌듯하다"며 "자전거가 이곳을 지나게 되는 날이 기다려진다"고 입을 모은다. ⓒ 추상철 기자 gag1112@suwon.com



희망근로사업 현장에 가다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던 4일 오목천동 희망근로사업현장.  우리시대 서민층의 삶과 희망이 무엇인지 ‘그들만의 작업장’은 알수 있을듯 했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 3일. 현장에서는 이미 제초작업이 한창이었다.  희망근로자들이 할 일은 오목천교 주변 자전거도로 정비 및 꽃길 조성 작업이었다. 희망근로자들의 평균연령은 60세 이전의 근로자에게 ‘젊은이’라는 호칭이 붙을 정도로 높은 편이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제초작업에 열중하는 ‘어르신’ 근로자들. 오목천교 아래 햇볕이 점점 강렬해져 작업장에 나온 지 얼마 안 된 어르신들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모르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듯이 낫 무서운 줄 모르고 시퍼런 낫을 들고 이리저리 설치던 기자는 결국 낫을 압수(?) 당하고 말았다.

현장에 희망이 자란다

  초여름, 시원한 정자에서 편히 쉬고 있어야 될 법한 이분들이 왜 이곳에 나와 굵은 땀방울을 흘릴까. 이들이 희망근로사업에 참여한 이유는 가지각색이었다. 

따뜻한 미소의 오춘환(70)씨는 “나도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이 세월의 고단함을 말해주지만, 일흔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했다.

일이 고되지 않냐고 묻자 “아직 이정도 일은 괜찮다”는 그의 얼굴엔 자신감이 넘쳤다. 젊은 시절에 물류창고 지게차 기사를 했다는 오씨는 “나라에서 일자리를 마련해줘, 이 나이에도 일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최고령 근로자인 박모(75)씨가 희망근로사업에 참여한 사연은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박씨는 4남매를 키웠지만, 4남매 중에 노년을 책임져 줄 가족이 없다. 그러나 호적상으로는 그녀에게 자녀가 있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다.

교회에서 한 달에 10만원씩 지원해 준 돈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지만 얼마 전 이마저도 끊겨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몸무게가 40kg도 채 안 된다는 그녀는 요즘 들어 허리를 비롯해 안 아픈 구석이 없다고 했다. 심신이 쇠약해 질대로 쇠약해졌지만, 그녀에게 희망근로사업은 생활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마지막 희망의 끈인 것이다. 

박씨에게는 희망근로 사업에 참여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혼자지내고 있는 그녀는 “(혼자 집에 있는 것 보다)여기 나와서 일하면서 사람들하고 얘기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말동무가 필요했던 것이다. 연로한 몸을 이끌고 작업장에 나와야만 말동무가 있다는 사실은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박씨는 기자가 그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무척 고마워했다. 박씨는 ‘최고령자’라는 주위의 배려를 받으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희망은 계속돼야 한다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몰입하다 보니 어느새 6시가 됐다. 현장에서 일하는 어르신들 모두 또 다시 희망근로사업과 같은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록 머리는 희고 허리는 굽었지만, 흘린 땀방울은 젊은이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연로하니 무조건 집에서 쉬라는 말이 어르신들을 섭섭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어르신 중에 일을 삶의 활력소로 여기는 근로자가 많았다. 근로 의욕을 가진 어르신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지속 돼야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다부진 표정의 이명환(57)씨는 “희망근로가 끝나는 11월 30일이 금세 올까봐 두렵다”며 “희망근로에서 기술을 배워 사회에 보다 도움이 되면서 계속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희망노동자들은 현재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고 있었다. 일시적인 일자리는 이들의 불안함을 단 몇 개월만 미뤄 줄 뿐이다. 그들의 모습에서 지속가능한 일자리에 대한 간절함을 읽을 수 있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희망근로가 일자리가 필요한 분들에게 일거리를 줬다는 것에 의의가 있긴 하지만, 생산적이고 지속적인 근무환경이 형성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오목천동 일하는 현장에서 희망을 보았다. 그런 희망이 일회성으로 그치면 안 된다. 희망근로 참여자들은 이 사업이 종료되는 11월 30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또 다른 희망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