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08-2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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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bonappr
 조회 : 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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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계에서 가장 자주 입방아에 오르는 중견 기업을 꼽는다면? 정답 중 하나는 정수기·출판사업 등으로 낯익은 웅진그룹이다. 이 회사는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몰아친 작년 가을 이후 오히려 매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올 상반기 그룹의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사상 최대인데, 영업이익은 작년 상반기 대비 51%나 늘었다.
과감한 확장 경영도 주목된다. 최근 3년만 봐도 극동건설과 새한을 각각 인수했고 웅진캐피탈(금융)·에너지·폴리실리콘(태양광사업) 등을 새로 세웠다. 1980년 자본금 7000만원짜리 출판사로 출범한 지 28년 만에 계열사 14개에 매출 4조6000억원 규모의 서열 34위(공기업 제외·자산 기준)로 우뚝 선 비결은 뭘까?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보려면 월요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극동빌딩 11층에 있는 웅진 문봉교실을 가보는 게 좋다. 이곳은 신참 임원부터 대표이사까지 전 계열사의 임원 90명이 모두 모여 경영전략·마케팅·리더십 등을 공부하는 '열공(열심히 공부)'의 현장이다.
2006년 1월부터 작년말까지 매주 열리다 올 들어 격주로 바뀐 '웅진최고경영자(WE-MBA)' 과정이다. 국내 한 기관과 공동으로 3시간씩 진행되는 이 모임은 '입학은 있어도 졸업이 없는' 학습조직이다. 신임 임원 오리엔테이션이나 6개월~1년 정도 최고경영자 과정을 듣고 수료하는 다른 기업과 달리 회사에 근무하는 동안 계속 참가해야 한다.
관리도 철저하다. 출석, 토론, 발표 등을 합쳐 4등급으로 평가한 성적은 고과(考課)평가에 필수로 반영된다. 업무상 해외 출장 외 결석 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국내 최고 강사들의 최고급 콘텐츠가 인기를 모아 출석률이 98%에 달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바빠서 못 나온다', '황금 같은 업무시간에 한가한 교육이냐?'는 등 불만이 거셌지만 끈질긴 품질관리 노력 등으로 지금은 최고 명품강좌가 됐어요."(최정순 인재개발원장)
이 과정의 효과는 여럿이다. 그룹 전체가 학습·혁신 지향 조직으로 탈바꿈하면서 실적 개선과 위기 대응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한 임원은 "미증유의 경제위기에도 임직원들이 오히려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 1조8000억원이던 그룹 매출액은 지난해 4조6000억원으로 3년 만에 2배 넘게 늘었다. 1~2주마다 한자리에 모여 공부하고 대화하는 바람에 14개 계열사 임원들이 한 부서 동료처럼 친해져 계열사 간 '벽'이 사라지고, 시너지(결합)효과가 커진 것도 성과이다.
이런 지식경영의 '위력'은 다른 기업에서도 확인된다. '디지털 십야드(Digital Shipyard)'라는 위키피디아식(式) 집단 지식·정보 사이트 운영을 통해 세계 최초의 쇄빙유조선 등을 개발하고 최단시간에 세계 2위 조선업체로 도약한 삼성중공업이나, 직원 한 명당 4.9개의 학습동아리 참여로 지난해 8500억원의 원가절감을 달성해낸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이런 변화의 핵심 견인차는 해당 기업 최고경영자들이다. 웅진그룹의 경우, 스스로 매주 사흘간 외부 교육을 받으며 업그레이드에 매진하는 '학습 예찬론자'인 윤석금 회장이 주인공이다. 그는 "교육을 얼마나 시키느냐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직원들 근무시간의 반을 교육시간으로 채우는 게 목표"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리먼브러더스, GM, 리더스다이제스트 같은 글로벌 100년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침몰하는 요즘 지식·학습경영은 유용한 대안이자 나침반이 될 수 있다. 문제는 CEO들의 실천의지와 방법론이다. 우리 재계에 제2, 제3의 웅진, 삼성중공업 등이 탄생할 수 있기를 대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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