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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뮤니티 > 칭찬마당     작성일 : 10-12-13 10:55 시인의 노래  글쓴이 : 안익수 조회 : 1,977   시인의 노래    / 안 익 수(시인)   바람을 딛고 우리가 말을 들어 부르짖는 것은 하늘빛으로 물들기 위함이니 살아가야할 등불을 긋는 일이며 옷자락에 부러진 햇살을 잇는 노릇이며 저마다의 그릇을 굽는 고뇌의 불길일진데 동행하는 물살이 가시가 되어도 엇갈린 발등을 밟아 마주보는 얼굴에 있으며 우리가 언어의 이삭을 줍는 까닭은 시간을 분질러 사랑의 꿈을 엮어야 함이니 우리가 세상을 성토하는 이유는 탈을 쓴 웃음을 따끔하게 쓰다듬고 녹슨 양심을 숫돌에 누이는 대문 밖 거리에 꽃씨를 심는 심부름인 것은 이 세상 구름길을 언어의 삽질로 터야 함이며 그다음 세계로 아름다운 멍에를 지고 가야할 생각일지라면 들녘에 서성이는 가난한 그림자를 붙잡고 가야 함인데 파랑새는 온몸으로 허공에 길을 낸다더라 누에는 푸른 잎으로 명주실을 뽑고 거미는 뱃심으로 그물을 짠다더라 여기 미학의 밭을 일구는 바람이여 ! 당신은 손끝에 붉은 꽃을 피워낸 적이 있는가? 당신은 나무아래 달빛 한 자락을 내려놓은 적이 있는가? 당신은 금이 간 길바닥에 절뚝대는 빗물을 부축해 본 적이 있는가? 당신은 청개구리 울음에 회초리를 들었는가? 당신은 골목에서 뒤잽이 하는 땡볕을 뜯어말려 보았나? 당신은 권력의 바퀴를 밀다가 찢어진 낙서를 짓밟지는 안았는가? 당신은 목마른 언어에게 찬물 한잔 주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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