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은 언제 먹어도 맛있는 음식이긴 하지만, 한밤 중 출출할 때 끓여먹는 라면 맛은 정말 일품이다. 하지만 이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다음날 아침 퉁퉁 부은 얼굴을 각오할 용기가 필요하다.





주범은 나트륨


 늦은 시간에 라면이나 기타 짠 음식을 먹고 자면 그 다음 날 얼굴이 붓는 주원인은 얼굴에 퍼져있는 모세혈관에서 혈장이 배어 나오기 때문이다. 보통 혈장은 모세혈관을 지나면서 장기나 피부 같은 조직 속으로 들어가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라면을 먹으면 국물과 면발 속에 들어있는 다량의 염분과 수분을 함께 섭취하게 되고 섭취한 나트륨 때문에 모세혈관과 조직 사이에 삼투압 현상이 발생하면서 세포로 수분이 다량 유입, 조직 세포들이 팽창하면서 얼굴이 부어 오르는 것이다. 특히 라면을 먹고 난 뒤에는 그 짠 맛과 매운 맛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물을 마시게 되며 취침 중에는 소변 배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더 많은 혈장이 신체 조직에 스며들면서 얼굴이 더 붓게 된다.





라면 스프, 첨가물의 향연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라면 한 봉지 당 포함된 나트륨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성 인' 의 하루 나트륨 섭취 기준량(2000mg)에 육박한다. 신라면 1930mg, 안성탕면 1890mg, 육개장 사발면 1980mg, 구수한 장라면 1980mg 등 라면 한 봉지를 먹는 것만으로 하루에 섭취할 수 있는 나트륨을 모두 먹는 것과 같다. 또한 '성 인' 의 1일 나트륨 최소 요구량이 600mg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라면의 나트륨 함량이 얼마나 많은 지를 짐작할 수 있다. 나트륨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얼굴이 붓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 당뇨 등의 성 인 병으로 고통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라면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비단 나트륨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라면 한 봉지에 들어가는 첨가물 종류는 끝이 없다. 먼저 화학 조미료(1.05g)와 나트륨(1.930mg)을 시작으로, 스프 종류에 따라 소고기 맛, 해물맛, 멸치맛 등을 내기 위한 첨가물들이 다양하게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이런 맛을 내려면 소고기나 멸치 같은 원재료로 국물을 낸 뒤 이를 건조시켜 분말로 만드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 방식으로 라면을 제조했다가는 엄청난 생산비가 들 것이고, 당연히 라면 가격도 올라 소비자 구매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량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인스턴트 라면의 스프는 기본으로 소금(정제염)에 화학 조미료를 넣어 맛을 내고, 소고기 풍미분이나 해물 풍미분 등 여러 분말과 향신료를 첨가해 만드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라면 스프에는 시원한 국물 맛을 내며 자꾸 국물이 먹고 싶게 만드는 산미료가 들어가며, 끓였을 때 ‘진하게 우려낸’ 듯한 맛과 모양을 낼 수 있게 해주는 중점제와 설탕도 첨가된다.





라면은 ‘첨가물 칵테일’


첨가물은 면에도 들어간다. 우선 인스턴트 라면의 면발은 살충제와 방부제로 뒤범벅 되어있는 수입산 밀가루를 사용한다. 더구나 우리가 면발을 먹을 때 느끼는 쫄깃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면류 알칼리제가 첨가되고, 면을 튀기는 동안 면발 안에 스며든 기름이 유통과정에서 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산화 방지제가, 노르스름하고 먹음직스런 면발 색을 내기 위해 착색제가 더해진다. 최근 들어 시중에 많이 유통되고 있는 ‘착한’ 라면들, 몸에 좋은 성분들을 포함했다고 광고하는 라면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녹차 성분을 함유했다는 라면에는 진짜 녹차가 아닌 녹차 풍미액이 들어가 있고, 각종 야채와 해산물 맛을 내는 성분들도 진짜 양파나 홍합이 아닌 홍합 풍미분과 양파 풍미분이다. 이렇게 라면에 들어간 수많은 조미분말을 무엇으로 만들었는지는 제조사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라면은 각종 첨가물의 칵테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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