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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뮤니티 > 칭찬마당     작성일 : 06-09-09 23:23 울 아버님  글쓴이 : 조회 : 2,725   오늘은 아침부터 가을비가 내렸습니다. 보슬 보슬..... 소리도 예쁘게 내렸습니다. 제법 날씨도 이젠 가을이란 걸 실감케 하구요. 다들 이젠 다가오는 추석 준비를 하느라 바쁘시죠!! 우리도 이런 날 벌초를 다녀 왔습니다. 부지런 하신 울 아버님은 이른 아침부터 시할아버지 묘를 다녀 오시고 아침 식사후엔 몇 시간 쉬시더니 또 증조 할아버지 묘를 다녀 오시겠답니다. 밤 잠을 못 자 몇 시간 후에 아들과 같이 가자 해도 기어코 먼저 가십니다. 울 아버님은 그 날일은 그 날에 마쳐야 하는 분이시거든요. 근데 이럴 땐 조금 양보 해 주셨으면 해도 안 해 주시네요... 며느리의 애교가 약한가.....ㅋㅋㅋ 몇 시간이 지나고 일어난 신랑과 함께 아버님을 찾아 갔습니다. 물론 우리 강쥐들은 어머님이 봐 주시고요. 도착해 보니 벌써 다 끝내셨네요.^^; 작은 차에 이런 저런 기계와 연장을 실으니 뒷좌석에 함께 앉았습니다. 얼마나 땀을 흘리셨으면 이런 쌀쌀한 날씨에도 울 아버님의 옷에서는 땀냄새가 풍깁니다 그 향기에 다소 죄송하고 감사해 집니다. 예전부터 그러셨거든요. "조상을 잘 섬겨야 된다" "그래야 집안도 편하고 자식들도 건강하다" 하시면서요....... 다시 우리는 작은 아버님의 묘를 찾아 갑니다. 울 시숙부님은 어떤 분인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명절이 가까워지고 명절이 될 때면 너무 외로우신 분 같습니다. 자식이 있어도 어느 누구 하나 찾아와 술 한잔 산소에 붜 준 적이 없으신 분이거든요.... 그래서 어머님이 명절마다 제사도 지내 드리고요..... 이런 분의 묘를 오늘 함께 따라가 벌초를 도왔습니다. 물론 제 역할은 심부름 뿐이지만요.ㅋㅋㅋ 울 아버님의 명이 "넌 거기서 가만 있어~~  이리 오지 말어!!" 표현은 무뚝뚝 하지만 속 마음은 따뜻한 분이세요. 그렇게 산 속에 산 같던 시숙부님의 묘는 머리 단장을 하러 간 미장원 손님이 되셨습니다. 아버님은 에초기를...... 신랑은 톱을............. 그렇게 조금씩 산소는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 했습니다. 조심 조심 산소가 다칠까 봐 기계도 함부러 다루지 않으십니다. 울 아버님은 일 할땐 사실 조금 거친 편이시거든요. 그런 아버님의 등을 바라보다 울 아버님의 뒷모습이 슬퍼 보이는 건 왜 일까요??? 한 번 찾아 오지 않는 조카들의 대한 미움과 원망이  보이는 것도 같고 한편으로는 먼저 가버린 동생을 그리워 하는 듯 보입니다. 어릴 적 울 아버님은 육이오 사변을 겪으신 분이십니다. 지금도 가끔 그 때 얘기를 하시곤 하는데 당시 아버님은 열여덜 시숙부님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열살 전후라고 기억이 됩니다. 그런 동생을 데리고 이곳 저곳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고 어디로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대포 소리에 놀라면서 두 분이 피난을 다니셨다 합니다 전쟁터에서 살아나 어른이 되고 가정을 꾸려 함께 웃으며 살아오시다 어느 날 갑자기 병으로 생을 달리 한 동생이 오늘은 그리우셨나 봅니다. 이곳 저곳 꼼꼼히 둘러 보시고 정리가 미처 되지 않은 곳은 또 다시 하시고 몇 번을 손을 대십니다. 앞을 막고 있는 나무도 잘라버리고 뒤에서 그늘을 만들어 잔디를 죽게 하는 나무도 잘라 버리십니다. 연세가 칠십이 되신 울 아버님........ 두 어깨가 오늘은 너무 쓸쓸하고 좁아 보이네요............ 항상 건강하다고 기운 좋으시다고 그렇게만 보고 느낀 울 아버님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을 이젠 자식된 나도 다정히 다가가 달래 드려야 할 때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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