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01-0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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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떠난 자리에 ‘새 생명’이 피어나다
권투선수 최요삼 뇌사판정… 장기기증 결정
심장·간·신장 등 투병 환자 6명에게 ‘마지막 선물’
▲ 최요삼‘안 맞았으면 좋겠다’‘피 냄새가 싫다’‘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 지난 12월 25일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최요삼이 일기에 적은 세 가지 바람이다. 2일 WBO(세계복싱기구) 라이트플라이급 인터콘티넨탈 챔피언(동양챔피언급) 최요삼은 36세의 나이에 더 이상 맞지 않아도 되고, 피 냄새도 없는 세상으로 떠났다. 떠나며 마지막 소원도 이뤘다. 챔피언은 생명이 꺼져 가던 이들에게 자신의 심장과 간, 신장을 떼줘 새 생명을 찾도록 도왔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날 오후 뇌사판정위원회(위원장 이정교·신경외과)를 열고 지난 12월 25일 경기 도중 쓰러진 복서 최요삼에 대해 최종 뇌사 판정을 내렸다. 병원측은 ‘뇌출혈로 인한 두개압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 최요삼은 이날 오후 9시30분부터 장기 적출 수술을 받았으며, 3일 0시 인공호흡기를 떼고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했다.
그 대신 6명이 최요삼의 마지막 선물을 받게 됐다. 최요삼의 간은 전북대병원, 심장은 삼성서울병원, 신장(2개)은 서울아산병원과 순천향병원, 각막(2개)은 서울아산병원에서 투병 중인 말기 환자들에게 기증된다. 폐(2개)와 췌장 기증도 고려했지만 적합한 이식조건을 갖춘 대기자를 찾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최요삼의 매니저로 활동한 동생 경호(33·HO스포츠매니지먼트 대표)씨는 “형은 힘들게 12라운드까지 버텼어요. 그래도 인생의 판정승을 거둔 것이라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동생의 눈시울은 금방 빨개졌다.
“장기 기증 결정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형의 심장이, 형의 간이 이 세상 누구에게서 살아 숨쉴 거라는 얘기에 가족들은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오순이(65)씨는 1997년 뇌출혈로 숨진 아버지의 기일(2일)에 맞춰 최요삼을 보내자고 했다. 장가 못 간 아들이 피붙이가 없어 나중에 제삿밥도 못 얻어 먹을 것을 우려한 모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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