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03-1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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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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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 두 할머니의 아름다운 동행
“항상 유씨의 팔을 이끌고 같이 다니는 버릇 때문에 한번은 약국에 혼자 갔다가 무심코 다른 사람 팔을 잡고 나온 적도 있다오.”
“언니, 눈은 내가 안 보이는데 왜 다른 사람 팔을 잡고 나와. 호호.”
경북 안동 풍산읍 괴정리에 사는 유점희(58·여)씨는 선천적인 색소성 망막염으로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이다. 그런 유씨에게 임후남(81) 할머니는 가족보다 더 소중한 세상에 둘도 없는 ‘이웃사촌’이다. 임 할머니는 “앞을 못보는 유씨가 딱하다”는 이유만으로 100여m 떨어진 유씨의 집을 거의 매일 왕래하면서 지난 30여년 동안 유씨의 눈이 되고, 손과 발이 돼 왔다.
임 할머니는 지난 1974년 어느 날 마을에서 열린 결혼식에서 신부 유씨를 처음 봤다. 겉보기엔 그저 평범한 새댁이었다. 하지만 며칠 뒤부터 동네에 소문이 났다. “유씨가 빨래 집게로 세탁물을 잘 집지 못한다” “시력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걱정이 돼 찾아간 임 할머니에게 유씨는 “선천적으로 시력이 0.3에 불과했는데, 결혼하고 나서 눈이 더 나빠져 이제는 거의 안보인다”고 울먹이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후 임 할머니는 유씨의 집을 자주 찾았다. 밥짓고 반찬만드는 것을 돕고, 청소와 빨래를 거들었다. 유씨가 아이를 낳자 양육도 거의 도맡다시피 했다. 임 할머니는 유씨의 밭농사까지 도왔다. 밭에 함께 가 뽑아내야 할 잡초가 어디에 있는지, 돌이 어디 있는지, 콩을 어디에 심어야 하는지 등을 유씨에게 설명했다. 말로 알려주다 답답하면 직접 나섰다. 동네 병원이나 잔칫집, 교회에 갈 때도 임 할머니는 언제나 유씨를 안내했다.
임 할머니는 유씨의 친정 어머니 역할까지 했다. 유씨의 남편은 알코올 중독이었다. 14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났을 때도 임 할머니가 유씨 곁을 지켰다. 유씨의 큰 아들이 중2 때 교통사고를 당해 반신불수가 됐을 때도 임 할머니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둘은 그렇게 반평생을 함께 지냈다. 두 사람은 잠만 각자의 집에서 잘 뿐, 거의 종일 붙어 다닌다. “이제는 모녀지간보다 더 가깝다”고 한다. 잠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병이 날 정도다.
둘 중 한 사람이 도시에 사는 자녀의 집에 한 두달 다녀오면 한 사람은 어김없이 아프다고 한다. 그래서 유씨는 대구에 사는 둘째 아들집에 몸을 의탁할 수 없다고 했다.
열 세살 때 친정어머니를 여읜 유씨. 그는 7일 “언니 돌아가시기 전에 호강 한번 시켜드리고 싶은데, 늘 도움만 받는 입장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곁에서 이 말을 들은 임씨는 “죽어서 천국 가면 그때 갚으라”며 쪼글쪼글 주름진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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