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03-1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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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묻은 딸을 '험한세상 수호천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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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묻은 딸을 ‘험한세상 수호천사로’
ㆍ‘피살된 용산초등학생’ 부모 아름다운 재단에 기금
“소중한 딸아이를 잃었습니다. 슬픔이 분노가 되지 않기 위해 작은 실천을 해 봅니다. 저의 도움이 잠시나마 격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년 전 허모씨(40)와 이모씨(39) 부부는 딸 미연이를 가슴에 묻어야 했다. 잠깐 집을 나갔다 실종된 미연이가 끔찍한 범죄를 당해 세상을 떠났기 때문. ‘용산 초등학생 살해 사건’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사건 이후, 부부는 딸을 잃은 슬픔에 가슴 아팠고 “범죄 피해의 당사자, 가족의 고통과 어려움을 어루만져주지 못하는” 사회로 인해 상처받았다.
부부가 슬픔을 이기고 기부를 하게 된 것은 “딸에 대한 기억을 가장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떠나기 전 엄마·아빠보다 더 많이 기부를 했던 미연이처럼 부부는 다른 어려운 이들을 위로하기로 결심했다. 자신들의 상처도 아직 아물지 않았지만 “피해자와 가족의 인권을 보호해 주지 않는 사회 대신 범죄 피해자들을 돕고 싶었다”고 했다.
미연이의 1주기 무렵인 지난해 2월 부부는 ‘아름다운 재단’에 10년 동안 매년 1000만원씩 기부하기로 했다. 기금의 이름은 ‘미연이의 수호천사 기금’으로 붙였다. “하늘나라로 간 미연이가 자신이 몸담았던 이 세상의 누군가에게 예쁜 수호천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여전히 마음에 남아있는 상처 때문에 세상에 노출되기를 꺼리는 부부 대신 아름다운 재단이 최근 ‘미연이의 수호천사 기금’을 다섯 가족에게 전달했다. 퍽치기로 아버지를 잃은 딸과 연쇄 살인 사건의 피해자, 아버지가 심한 폭행을 당하고 의식불명에 빠져 고액의 치료비를 내기 어려워 하는 가족에게 200만원과 부부의 마음이 담긴 엽서가 전해졌다.
피해자 가족에게 대신 기부금을 전달한 최소영 간사는 “두 분을 만날 때마다 조금씩 더 편안해지는 모습에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미연이는 11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미연이의 이름은 아름다운 나눔과 위안으로 세상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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