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03-3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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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5봉지 내고 참석하는 음악회…소외 이웃 허기 달래는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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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5봉지 내고 참석하는 음악회…소외 이웃 허기 달래는 음악회
신라면을 비롯해 쇠고기, 진, 너구리, 김치, 안성탕면, 장수면, 삼양, 맛있는, 카레면, 컵, 열, 스낵, 오징어짬뽕, 뉴트리, 감자탕, 간짬뽕, 백세카레면, 해물탕, 맛으로 승부하는 라면까지….
부슬 부슬 봄비가 내리던 지난 29일 오후 7시, 전북 군산시민문화회관 현관엔 온갖 라면이 수북히 쌓였다. 대한민국에서 판매되는 라면이란 라면은 모두 모인 것 같았다. 손에 손에 라면 서너봉지씩을 들고 온 관객은 공연장 밖까지 줄을 이었다.
오케스트라 연주회 입장료로 라면 5봉지를 받는 ‘라면음악회’. 그 세번째 공연이 열린 것이다.
이날 관객은 1000여명, 라면 7000여봉지와 현금 80만원이 걷혔다. 주최측이 최근 라면값이 오른 것을 감안해 입장료를 2봉지로 낮췄지만 상자째 들고온 사람도 적지않았다. 부모를 따라 온 아이들은 돈 대신 라면을 내고 구경하는 음악회가 있느냐며 마냥 신기해했다.
라면음악회가 첫선을 보인 것은 2006년. 전북 익산 산성교회 송흥준 목사가 낸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소년소녀가장 등에게 간식 등 먹을거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살림이 어려운 아이들의 허기를 조금이나마 달래주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이후 주변에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섬김과 나눔 자원봉사단’을 결성했다. 첫 회 공연이 끝난 뒤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라면 6000여봉지와 현금 50만원이 입장료로 걷힌 데 이어 지난해 두번 째 공연 때는 라면 6500봉지, 김치 80㎏, 현금 50만원, 과자 등이 모아졌다.
기증 물품은 곧바로 익산시 자원봉사센터에 전달된 뒤 지역 소년소녀가장들에게 골고루 나눠졌다. 공연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봉사단의 몫이었다.
라면음악회가 전국에 알려지면서 같은 이름을 사용해도 되느냐는 문의도 잇따랐다. 관심과 반응이 높아지자 봉사단은 올해 군산에 이어 4월12일(익산솜리예술회관)과 4월26일(무주예체문화회관)에도 음악회를 개최키로 했다.
2시간 동안 펼쳐진 세번째 음악회는 잔치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일규(전북대 음대) 교수의 지휘로 쇼스타코비치의 명곡 ‘Valse No. 2’를 시작으로 브람스의 ‘헝가리안 춤곡’과 만화 영화 주제곡도 연주됐다. 여섯 가정의 아버지와 아들이 나와 ‘오리가족의 세상구경’ ‘난 네가 좋아’ 등의 노래를 하며 율동을 펼치자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박수로 화답했다.
아들과 며느리, 손자 손녀를 모두 데리고 나온 임덕인(65·여·군산시 산북동)씨는 “좋은 공연도 보고 남들에게 도움을 주는 행사에 동참하게 돼 기쁘고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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