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09-1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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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부자 만드는 게 꿈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의 명함에는 ‘대한민국 부자 만들기’라는 말이 쓰여 있다.
연 매출 5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하나가 대한민국을 부자로 만들 수는 없는 일. 그는 자신의 인생 역전 스토리를 전파해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싶다고 한다.
그는 간절히 원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최근 『10미터만 더 뛰어봐!』라는 책도 냈다.
그는 IMF 외환위기 때 20억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자살까지 결심했으나 단돈 130만원으로 10년 만에 재기에 성공한 인생 역전 스토리가 있다.
그 과정에 얼마나 많은 고난이 있었을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열심히 회사 다니는 보통 샐러리맨이 간절히 원한다고 부자가 되지는 않는다.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은 없을까? 그는 대한민국 사장들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직원을 부자로 만들어 줍시다.”
마일리지 계산해서 성과급
모든 사장이 직원을 부자로 만들어 주면 대한민국이 부자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김 회장도 대한민국을 부자로 만들기 이전에 먼저 직원이 부자 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그게 정말 가능한지 그의 생각을 더듬어 봤다.
-직원을 부자로 만들어 주려고 무엇을 하는가?
“나의 노하우를 다 전수해 주는 것이다. 나의 노하우라는 게 별것 없다. 정직한 제품을 만들고 정직한 가격을 붙이는 것이다. 나만 혼자 잘 먹고 잘살려고 하면 고객들이 싫어한다. ‘큰 떡은 콩고물이 많이 떨어지려니’ 생각하는 게 나의 노하우다. 또 직원들에게 항상 ‘10m만 더 뛰라’고 말한다. 우리의 건배 제의도 그래서 ‘뛰·어·봐’다. 100m 뛰던 사람이 갑자기 200m 뛰라면 되겠는가. 10m씩만 더 뛰면 된다. 자살까지 생각하던 내가 회장이라 불리는 것도 다 그렇게 해 왔기 때문이다.
흔히 중소기업 사장들이 하는 말이 있다. ‘잘해 줘야 소용없다. 배신하고 나가서 자기 사업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묻고 싶다. 왜 언제까지 당신 밑에 있어야 하느냐, 직원이 사업하겠다고 나가면 박수 쳐 줘라. 나가는 직원은 뭔가 대우가 부족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우리 회사를 직원이 행복하고 부자가 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 복지도 좋고 직원 보수도 좋은 회사 말이다. 우리 회사가 대기업 기준으로 볼 때는 작지만 직원들 결혼기념일부터 생일까지 다 챙긴다. 생일에는 얼굴 마사지도 해 주고 공부하고 싶고, 잘하는 직원에게는 장학금도 준다.
-식품업계는 다른 곳보다 보수가 박한 편이다. 천호식품도 그렇지 않으냐?
“우리 회사 연봉이 대기업에 뒤지지 않는다. 우리 서울 천호식품 사장만 해도 대기업 CEO 부럽지 않은 연봉을 받는다. 나는 성과급을 많이 주고 싶다. 그러나 아무나 많이 주면 되겠는가. 그래서 마일리지 제도를 만들었다. 좋은 제안 올리면 5점, 회식 자리에서 건배 제의 잘하면 2점 이런 식으로 말이다. 회장 앞에서 건배 제의 하는데 허튼소리 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말한 것에는 다 책임을 진다고 본다. 작년 송년회 때는 그 마일리지 계산해서 1등 1000만원, 2등 500만원, 3등 100만원씩 나눠줬다. 회사 돈이 아니라 내 돈 6000만원을 털었다.”
-어렵게 모은 돈이다. 돈 쓰는 거 아깝지 않은가.
“써야 돈이다. 누구에게 주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다. 죽은 다음에 쓰는 것은 소용없다. 살아 있을 때 줘야 한다. 그래야 ‘아이고, 고맙습니다’ 한다. 늙어서 주변이 북적거리는 사람과 아무도 없는 사람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그중에 하나는 돈이다. 용돈 줘 봐라. 손자들이 알아서 찾아온다. 물론 힘들게 번 돈을 아무에게나 줄 수 없다. 나는 우리 직원들에게 먼저 주고 싶다. 회장님만 부자면 그 회사가 좋은 회사인가. 향후 천호식품이 코스닥에 상장되면 우리 직원들에게도 우리사주를 줄 것이다.직원에게 잘하면 천호식품이 잘되기 때문에 직원에게 잘해야 하는 것이다. 나 혼자 100걸음 떼는 것보다 100명이 한 걸음씩 떼는 게 쉽다. 번개회식의 예를 들어보겠다. 가끔 저녁 약속이 취소돼 메신저로 직원들에게 저녁 모임을 청하면 보통 30~40명씩 모인다. 그러면 직원이 평소에 가기 힘든 고급 식당으로 모신다. 그래야 회장과 식사하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앉자마자 차비도 준다. 건배 제의 잘하면 고과점수도 준다. 우리의 번개회식은 내가 직원을 대접하는 일종의 이벤트다. 이때 나는 직원들에게 10m만 더 뛰자는 뜻을 전한다. 그 결과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남들 다 어렵다는 불경기에도 천호식품 매출은 계속 성장 중이다. 지난 8월 최고매출을 기록했다. 지금 우리 사옥도 직원이 지으라고 해서 지은 것이다. 그 당시보다 가격이 5배 올랐다. 직원 말 잘 들어서 손해 볼 것 없다. 직원은 나의 파트너다.”
직원에게 쓴 돈은 아깝지 않아
-직원 만족도는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부산 공장에 가서 최 계장이란 사람에게 물었다. ‘빈곤층, 중산층, 상류층으로 나눈다면 당신은 어디에 속하느냐?’ 최 계장 말이 자신은 중산층이라고 했다. 그러면 나는 어디에 속하느냐고 물었다. 나보고는 상류층이라고 답하더라. 그래서 내가 물었다. ‘상류층에도 등급이 있다. 나는 A냐 B냐 C냐.’ 최 계장 말이 회장님은 C라고 하더라. 솔직히 충격 받았다. 명색이 그의 회장인데 A라고 답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최 계장이 이렇게 말했다. ‘회장님은 현금이 별로 없잖아요. 우리 회사 마진 얼마나 붙인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최 계장 손 붙잡고 고맙다고 그랬다. ‘나 힘든 거 알아줘서 고맙다’고 말이다. 적어도 우리 직원들은 내가 나 혼자 배 채우려고 회사 꾸리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회장님 스스로는 A, B, C 중 어느 등급이냐.
“당연히 A다. A라고 생각해야 A다. 그리고 요즘은 잘사는 사람일수록 살이 찌지 않는다고 하더라. 나는 배도 날씬하지 않은가. 나는 자전거도 타고 등산도 즐긴다. 산에 올라가서 단전호흡이라도 해 봐라. 비관적인 생각이 없어지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일이 안 풀리면 산에 가 소리라도 치자. 우리는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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