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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10-26 10:36

꿈을 배달합니다"

글쓴이 :

꿍따리 유랑단 소년원 공연… 꿈을 배달합니다"
●다음달까지 전국 순회… 가수 강원래 씨

8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가수 강원래(39)씨에게 지난여름 새 직함이 생겼다. '꿍따리유랑단 단장 강원래'. 안면마비 가수, 한 손 마술사, 한 손 무에타이 선수 등 장애를 가진 단원들이 모인 꿍따리유랑단은 다음달까지 전국 소년원과 보호관찰소를 돌며 공연을 펼친다. 17일 여의도 '클론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강씨는 '꿈'을 강조하는 '현실주의자'였다.

―왜 소년원 공연을 시작하게 됐나요?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담배를 피웠어요. 중고등학생 때도 말썽을 많이 부렸죠. 그래서 소년원에 있는 아이들을 다른 사람보다 잘 이해할 수 있어요. 장애인이 편견을 딛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줘서 '소년원 출신은 또 나쁜 짓을 하게 된다'는 편견을 스스로 깨도록 도와주고 싶었어요."

―공연은 어떤 형식인가요?

"막이 오르면 법무부 직원이 저를 찾아와서 '소년원에서 공연해달라'고 부탁해요. 저는 '소년원? 걔네들 그렇게 살라고 해요'라며 거절하죠. 그러다가 '나도 어렸을 때 나쁜 짓 많이 했지. 최고 춤꾼이 되겠다는 꿈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면서 공연을 허락해요. 오디션을 보는 형식으로 여러 장애인들이 나와서 노래 부르고 묘기를 보여줘요. 저는 장애인들을 한 명씩 관객에게 소개하고 공연을 매끄럽게 진행하는 역할을 합니다. 처음에는 '내가 이걸 왜 봐' 하던 소년원 친구들도 공연 끝날 무렵에는 일어서서 박수쳐요."

▲ 꿍따리유랑단과 함께 전국 소년원과 보호관찰소를 돌며 공연을 펼치고 있는 강원래씨는“꿈을 잊지말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무대에 섰다”고 말했다.
―출연자들이 거의 무료로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법무부 심사관이 '10회 공연에 5000만원인데 할 수 있느냐'고 묻는데 '못 하겠다'는 답이 안 나왔어요. 몇 년 전만 해도 구준엽과 같이 노래 세 곡 부르고 1500만원 받았어요. 지금도 1000만원은 받아요. 그런데 30명이 공연해서 회당 500만원이라니 자존심 꺾이죠. 하지만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아요. 박수가 좋고, 무대가 좋으니까요."

―장애인이 되고 나서 알게 된 세상의 편견이 있다면?

"장애인이 여행을 준비하는 모습을 찍은 영화가 있어요. 뇌성마비 환자가 온몸을 비틀면서 지도를 찾고 짐을 챙기는 거죠. 그걸 보고 사람들이 감동적이라면서 박수 치고 울어요. 그건 장애인에게는 욕이에요. 장애인을 동등하게 보지 않고 불쌍하게 보기 때문에 박수가 나오는 거예요. 불편하긴 뭐가 불편해요. 삶의 방식이 다를 뿐이죠."

―장애인들에게 '꿈'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요.

"얼마 전에 35살 뇌성마비 장애인을 만났어요. '다시 태어나면 모델이 되고 싶다'고 하더군요. 3살 때 뇌막염으로 뇌성마비 걸린 그 사람은 30년 넘도록 '다시 태어나면'이라는 단서가 붙은 꿈만 꿨어요. 현생의 희망은 포기한 채 사는 거죠. 그런 장애인들이 희망을 가지려면 아이콘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황우석이 한때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거고요."

―황우석 박사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지는 않나요?

"전 황우석을 지지한 게 아니고 꿈을 지지한 거였어요. 줄기세포 연구가 있어야 장애인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때 제가 '0.001%의 희망이 있다'고 한 건, 99.999%는 안 믿는다는 거였죠. 배신당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줄기세포라는 걸 알았다는 걸로도 희망이 생겼으니까요."

―사고 이후 더 현실적인 된 건가요?

"제가 하는 '안무'라는 일이 남에게 어떻게 비칠지를 연구하는 거였으니까요. 가수 김건모는 아르마니 정장을 입고 싶어했지만 제가 칠부 바지 입고 뒤뚱뒤뚱 걸으라고 했어요. 그게 매력적이라고요. 싫다던 김건모는 지금도 그렇게 하고 다녀요. 세상 사람의 눈을 신경 쓰다 보니 현실적으로 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장애인이라는 제 현실을 더 빨리 받아들인 거 같아요."

―사고 직후와 지금을 비교해봤을 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다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어떤 아주머니가 사인 해달라고 다가왔어요. 제가 마구 욕했죠. '내가 우습게 보여? 난 연예인 아니고 장애인이야. 나 힘들어. 꺼져' 그랬더니 아주머니가 '그런 마음으로 사니까 네가 이렇게 된 거야'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너무나 후회했어요. 지금은 웃으며 사인해줘요. 제가 긍정적으로 대하면 세상이 긍정적인 거예요."

―큰 사고를 당하면 민간요법에 매달리기도 하는데, 그 과정을 어떻게 이겨냈나요?

"병원에 누워있을 때 장풍도사, 초능력자, 침술사 등 별별 사람들이 다 찾아왔어요. 석 달 동안 합숙하면 낫는다는 사람도 있었고요. 침도 맞아봤지만 그만뒀어요. 침으로 될 것 같으면 왜 등소평 아들이 휠체어에 앉아있겠어요. 처음부터 안 될 줄 알았어요. 낫게 해주겠다는 사람들에게 '고치면 10억원을 줄 테니 못 고치면 1000만원 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다 돌아가더군요. 지금은 가슴 아래로 마비돼서 감각이 없어요. 팔은 움직일 수 있고요."

―아기를 가지려고 시험관 시술을 시도하다 실패했다고 들었어요. 입양을 고려하나요?

"5번 실패했어요. 단순히 '아이를 키워야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아내와 저를 닮은 아이를 만들고 싶어요. 입양은 생각 없어요. 시험관은 한두 번 더 시도해보겠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얽매여 살고 싶지는 않아요. 전 현실적이니까요."

―인터넷 악플이 큰 문제인데, 어떻게 대처하나요?

"악플에 상처받는 건 이해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죠. 앨범 100만장 팔린 가수라면, 대한민국 사람 중 3900만명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해야죠. 왜 세상 사람들이 다 자기를 예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예 보질 말아야죠. 악플 다는 사람들 실제로 보면 어이없을 정도로 어린애들 많아요. 몇 년 전에 제 은행 예금이 얼마고 집이 어떤지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비아냥거리는 글이 떴어요. 예금 맡긴 은행에 찾아가서 따졌죠. 알고 보니 지점장의 초등학생 딸이 쓴 거였어요. 부모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인터넷에 올린 거예요. 초등학생에게 뭘 따지겠어요. 그냥 지나갔어요."

―3년 전에는 미니홈피 댓글에 직접 악플을 달았죠. 왜 그랬나요?

"미니홈피를 제 개인적인 공간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모든 댓글에 답을 달았어요. '오빠, 나 힘들어 죽고 싶어'라는 글에 '그러면 죽어'라고 쓰기도 했죠. 제가 투정 부리면 다 받아줄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문제가 될 제 댓글을 전부 지웠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과정도 제 삶의 일부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제는 사고 당시의 분노를 잊었나요?

"아직도 가끔 화나고 흔들려요. 사고 직후 제가 괜찮을 거라고 오진했던 병원은 이제 없어졌고, 가해자는 본 적도 없어요. 용서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에요.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할 뿐이죠. 미련 둬서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가해자라고 편하겠어요. 제가 숨어 살면 잊을 텐데 자꾸 나오니까 그 사람도 힘들겠죠."

―새 앨범을 준비하나요?

"요즘 앨범 안 팔려요. 그래도 앨범을 내는 가수들은 혹시나 하고 로또 복권 사는 사람들 마음인 거죠. 전 안 되는 거 아니까 안 해요. 하지만 아이템은 많아요. 때가 되면 보여줄 거예요. 더 재미있게 더 획기적으로 보여주려고 구상 중이에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제 삶을 뮤지컬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제목은 '강원래'. 전자수첩에 저장된 내용이 굉장히 많아요. 내년에도 꿍따리유랑단 공연은 계속 하고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