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7-11-0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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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릴지브란/이성
나에게 슬픔이 태어났을때
나에게 슬픔이 태어났을 때, 나는 그것을 소중하게 가슴에 품고 사랑스런 마음으로
돌보았습니다. 그래서 나의 슬품은 자랐습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처럼 강하고 아름답게, 경이로운 기쁨을 가득 안고서 자랐습니다.
나의 슬픔과 나, 둘은 서로 사랑했습니다.
또한 우리 주위에 펼쳐진 세계까지도 사랑했습니다.
나의 슬픔은 따스한 마음씨를 지녔습니다. 내 마음도 그로 인해 따뜻해졌습니다.
나의 슬픔과 나, 이렇게 둘이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면 낮은 날개 돋친 듯
지나가고 밤은 꿈으로 감싸였습니다.
나의 슬픔은 말솜씨가 뛰어났고, 내 말솜씨도 그로 인해 유창해졌습니다.
나의 슬픔과 나, 이렇게 둘이 함께 노래할 때면 우리 이웃은 저마다 창가에 앉아
귀를 기울였습니다.
우리의 노래는 바다처럼 그윽했고, 우리의 가락은 야릇한 추억으로 가득 찼으니까요.
나의 슬픔과 나, 이렇게 둘이 함께 걸을 때면 사람들은 따뜻한 눈길로 우리를 바라보고
달콤한 말로 속삭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우리를 질투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나의 슬픔은 고결하였고, 나는 그런 슬픔이 자랑스러웠씁니다.
하지만 결국 나의 슬픔은 죽고 말았습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혼자 남아 생각했습니다
노래를 불러도 이웃은 내 노래에 귀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길을 걸어도 누구 하나 나를 바라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오직 잠이 들어서만이 연민에 찬 음성이 들려옵니다.
"보세요, 저기. 자기 슬픔이 죽은 자가 누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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