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7-12-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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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책 1000권 읽기 도전할래요”
‘스쿨 업그레이드 첫 지원’ 제주 곽금초등생들
출판사 ‘비룡소’가 3월 2000권 보낸 후 각계에서 온정 도서실 책 가득…
‘1인 100권 읽기’ 전교생 대부분 성공
연말에 다시 찾은 출판사 대표 “애들 모습 보니 뿌듯”
“우리 학교, 책 부~자 됐어요!”
지난 18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곽금초등학교(교장 함석중) 도서실. ‘귀한 손님’을 맞은 4학년 임소민양이 서가 앞에서 두 팔을 크게 벌리며 자랑했다. 지난 3월 책을 들고 이 학교를 찾았던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 비룡소 박상희(여·45) 대표가 “그 뒤로 학교가 많이 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연말을 맞아 이날 다시 곽금초를 찾은 것이다.
박 대표는 도서실에 들어서면서 어른 키 높이만한 책장마다 책들이 가득 꽂혀있는 모습을 보고 사뭇 놀라는 표정이었다. 동화책, 그림책, 위인전 등 종류도 가지각색. 맞은편 책상에는 4~6학년 예닐곱 명이 책 더미에 파묻혀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비룡소는 조선일보 ‘스쿨 업그레이드, 학교를 풍요롭게’ 캠페인이 시작된 첫날(3월 12일) 전국 19개 초등학교에 책 2만권을 선물했고, 후원을 요청한 학교들 중 처음으로 곽금초등학교가 2000권을 받았었다〈본지 3월16일자 A8면 보도〉.
이후 비룡소가 기증한 책은 반년 사이에 엄청난 ‘나비효과(베이징에 있는 나비 날갯짓이 뉴욕에 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과학이론)’를 일으켰다. 비룡소가 책을 전달한 사실이 보도된 뒤 학교 총동문회가 1000권, 백은주 전 제주한미모로타리클럽 회장이 500권, 곽금초 11회 졸업생인 제주대 김익수 사무국장이 300권을 줄이어 기부한 것이다. 함석중 교장은 “도서구입비 후원금도 여기저기서 들어와, 서가를 전부 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곽금초 도서실엔 6000권의 책이 가득 차게 됐다.
책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이 학교는 지난 4월 ‘아침에 10분 독서’와 ‘1인 100권 읽기’ 운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전교생 93명 중 80명이 책 100권 읽기에 성공했고 일부는 이미 200권 읽기에 돌입했다. 4학년 정소담양은 “올해는 1주일에 8권 이상 책을 읽는 것이 목표였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읽어서 새해엔 1년 1000권 읽기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사서를 맡고 있는 허지연 교사는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엔 책을 빌리기 위해 달려온 학생들이 도서실 앞에 길게 줄을 선다”고 말했다.
유명무실했던 교내 독서대회도 지난 10월 새롭게 부활했다. 학교측은 독서감상화 그리기 대회, 주인공에게 편지쓰기 대회, 책 홍보 포스터 그리기 대회를 열었다. 아이들은 앞다투어 자신의 작품들을 쏟아냈다. 독서감상화 그리기에 참여한 2학년 문재연군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고 나무에 빨간 하트 2개를 새겨 넣은 그림을 그려 상장을 받았다. ‘나비를 잡는 아버지’를 감명 깊게 읽은 4학년 박지연양은 이 동화의 주인공인 바우와 경환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친구의 약점은 놀리지 말고 고칠 수 있도록 좀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충고해 주면 어떨까? 그리고 화나는 일이 있어도 싸우지 말고 서로 이야기를 들어보고 푸는 게 좋다고 생각해….’
지난달엔 제주시 학생 독서상 공모대회에 독후감 3편을 제출한 5학년 김경호군이 ‘가작’상을 받았다. 김군은 “세상에서 학교 도서실이 제일 좋다”며 “특히 곤충에 관련된 새 책을 읽을 때는 눈을 뗄 수가 없다”고 했다.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책가방을 멘 채 교문 근처에 앉아 책을 읽는다. 학원 셔틀버스를 기다리며 ‘자투리 독서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 학교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비룡소 박상희 대표는 “책을 들여놓은 뒤로 다들 열심히 읽는다니 정말 뿌듯하다”며 “아이들이 책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깊이와 방법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함 교장은 박 대표에게 옥으로 만든 감사패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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