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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5-10 23:46
도심속의 운둔
 글쓴이 :
조회 : 1,483  
도심 속 은둔·사색… 망우리공원의 재발견

 

세상과 동떨어질 수 있는 은둔의 공간은 반드시 낯선 땅, 먼 곳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여행작가 이종원(43)씨는 우리의 삶과 역사적 인물들의 죽음이 공존하고 있는 망우리 공원(서울 중랑구 망우1동)을, 우리 곁에 있지만 우리가 모르는 도심 속 은둔지로 추천한다. 그가 그곳을 다녀왔다.
망우리 고개에 올라서면 기분이 묘하다. 빽빽한 무덤 옆엔 아파트가 뺑 둘러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공간에서 망자의 슬픔과 마주하면 오늘의 근심은 먼지처럼 느껴진다. ‘망우리(忘憂里)’란 지명도 조선 태조 이성계가 자신의 능지를 둘러보고 서울로 들어오는 길목인 이곳에서 “이제야 근심을 잊었구나”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망우리 공원에는 산중턱을 깎아 만든 5.2km의 산책 코스가 있다. ‘사색의 길’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은 숲이 무성하고 평탄한 길이어서 어린이, 노약자가 오르기에도 부담이 없다. 순환로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것이 좋은데 평탄한 길부터 시작해야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소나무, 벚나무, 아카시아나무 등 다양한 수종과 화려한 봄꽃을 볼 수 있으며 능선을 따라 이어진 S자 곡선길이 일품이다. 요즘은 철쭉과 붉은병꽃나무가 한창인데 5월의 신록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사각정에서부턴 역사적인 인물들의 묘역을 만날 수 있다. 이승만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던 죽산 조봉암, ‘님의 침묵’의 시인 만해 한용운,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우두를 발명한 송촌 지석영, ‘목마와 숙녀’의 시인 박인환, 화가 이중섭 등이 이곳에 묻혀 있다. 묘역 입구에는 이들을 소개한 시비 등도 놓여 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한용운의 시 ‘사랑하는 까닭’). 만해의 묘는 망우리공원 정상 부근에 정남향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의 시비 앞 벤치에 앉아 오래고 진실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며 책장을 넘겨보는 것은 어떨까.

파란만장한 생을 마치고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 이들의 넋을 기리며 걸어본다. 길가에 핀 이름모를 꽃들이 살랑이는 바람에 흩날린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이 저승에서나마 꽃길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기를.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내려다보며 세상만사 아등바등 매정하게 살 필요가 있을까, 상념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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