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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9-01 09:31
올 가을에 읽을 한국 소설 베스트 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305  
올 가을에 읽을 한국 소설 베스트 5, 진지함 또는 경쾌함
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 확정
수상작 발표는 10월초
이승우 '그곳이 어디든' 한강 '채식주의자'
조경란 '풍선을 샀어' 김중혁 '악기들의 도서관'
김애란 '침이 고인다'

 
 
 

 
2008 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가 5편으로 압축됐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유종호 김주영·김화영·이문열·오정희·정과리·신경숙)는 지난 29일 심사독회를 갖고, 지난해 12월부터 이날까지 매달 고른 18편의 후보작 중 《그곳이 어디든》(이승우), 《채식주의자》(한강), 《풍선을 샀어》(조경란), 《악기들의 도서관》(김중혁), 《침이 고인다》(김애란)를 최종 심사 대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회는 9월 말 최종심과 투표를 거쳐 10월 초 수상작을 발표한다.

이승우의 장편 《그곳이 어디든》에 대해 심사위원회는 "신세대 작가들의 표피적이고 감성적인 작품들이 유행하는 최근 문단에서 이승우는 신의 구원 문제와 같은 진지한 주제의식을 모색하면서, 얼핏 발랄해 보이는 현실의숨은 어둠을 의식시켜준다"고 호평했다. "이승우의 소설은 불가항력적 폭력 앞에서 파멸하는 인간의 비극을 그렸다는 점에서 카프카적 세계를 보여주지만, 카프카의 세계가 법으로 관리된다면, 이승우의 세계는 무법적이란 차이가 있다." 그러나 "한국 장편소설들은 처음에 잘 나가다가 후반부에 가서 무너지는 결함을 공통적으로 지녔는데, 이승우 역시 후반부에 가서 세계와의 싸움의 근거를 찾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는 지적도 아울러 받았다.

 
▲ (왼쪽부터) 이승우 한강 조경란 김중혁 김애란
3편의 연작을 모은 한강의 장편 《채식주의자》에 대해 심사위원회는 "완벽한 구성과 미적 가치를 지녔고, 그로테스크함을 추구하는 강렬한 광기와 열정이 힘으로 느껴졌다"면서 "치밀함과 구성적 완벽함, 구도에 가까운 글쓰기 자세가 대단하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유미주의를 놓고 찬반 토론이 벌어졌다. "마치 1920년대의 유미주의를 연상케 하는 진부함이 느껴졌고, 어딘가 일본 소설 같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유미주의와 탐미주의 추구가 낡아 보이지만, 그런 미적 가치들에 의해 희생당한 인물을 그렸다는 점에서 '멋'의 백색화(白色化) 혹은 해체를 그린 태도는 과거와 다른 것이 아니냐"는 옹호론도 나왔다.

조경란은 장편 《혀》와 소설집 《풍선을 샀어》가 동시에 검토작이 됐지만, 심사위원회는 논의 끝에 소설집을 최종심에 올렸다. "예술가로서의 고민이 《혀》보다 더 낫게 드러났다. 문체의 감각과 함께 의미를 자꾸 뒤로 미루는 차연(差延)의 구조가 돋보인다. 소설을 처음부터 다시 읽고 싶은 욕구를 일으킨다. 치유할 수 없는 무기력 상태에서 희망의 몸짓 찾기를 보여준다. 문제보다 대답에 힘이 주어지는 요즘 한국사회에서 이례적으로 질문에 힘을 준 작품이다."

동시에 일부 작품에서 현학적이란 문제점도 지적됐다. "소설 속에서 니체 등 철학자들의 이름이 많이 등장하지만, 전체적으로 맥락이 없고, 소화가 잘 안 된 느낌이다. 쿤데라, 하루키, 보르헤스가 섞여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현학적이지 않고 그냥 생각의 장식(裝飾)이라는 느낌"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왔다.

김중혁의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은 "유쾌하고 건강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삶의 아이디어가 건강한 의지와 잘 맞물린다. 무생물이라도 이 작가에게 걸리면 생물이 된다"는 호평을 받았다. "가볍게 이야기 하면서도 인생의 비의를 얼핏 드러내는 성숙한 통찰력이 돋보인다"는 것. 하지만 "김중혁의 건강성은 삶이 부닥치는 근본적인 불가능성의 문제를 회피하려는 예술적 위안일 수도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왜냐하면 김중혁이 제시하는 문제들은 어렵긴 하지만 해결 가능한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중혁의 소설은 현대사회에 미만해 있는 보통 사람들의 무기력증에 대한 은폐된 체념으로 비칠 수도 있다."

김애란의 소설집 《침이 고인다》는 "맑은 감수성과 독창성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경쾌하면서도 짙은 페이소스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젊은 사람이 참 대단하다. 투명한 감성으로 일상을 들어올리는 따뜻한 상상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줄곧 단편만 써온 이 젊은 작가의 한계도 지적됐다. "작은 돌들만 모아놓은 것 같다. 아직 호흡이 짧아서 모든 작품들이 소품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활의 자질구레한 곤란들을 거듭 되새기는 건 정신적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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