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원로 작가 김주영이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앓는다」 이후 10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외부와 단절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홀어머니와 13살 소년이 사는 집에 떠돌이 소녀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작가는 이 소녀의 행적을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가난한 시골의 여인상을 형상화한다. 주인공 소년의 눈을 통해 가난한 어머니의 삶과 아버지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끈질긴 생명력이 폭설에 덮인 시골마을 풍경과 함께 한 폭의 수채화처럼 다가온다. 문설주에 매달린 홍어, 겨울하늘을 수놓는 가오리연 등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단어들도 정겹다.

폭설로 방문조차 여닫을 수 없는 한겨울 아침 13살의 주인공 세영은 부엌으로 숨어든 거렁뱅이 소녀를 발견한다. 소녀에게 삼례라는 이름을 붙여준 어머니는 일손을 도우러 온 친척이라는 명목하에 한 식구로 삼는다. 그러나 어머니 대신 집안 일을 도맡아하던 삼례는 몽유병 탓에 매일 밤 눈길을 헤매다 어느 날 말없이 사라진다. 그후 소년과 어머니는 누군가를 기다리기 시작한다. 어느 날 어린아이를 업고 찾아온 낯선 여인이 아이를 남겨놓고 떠나고 집나간 지 7년 만에 '홍어'라는 별명을 지닌 아버지가 돌아온다. 고통과 증오까지도 가슴속에 묻고 살아왔던 평범한 사람들인 이들의 이야기가 주는 가장 큰 아름다움은 생명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