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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3-02 13:13
자연스럽게 산다는 것의 의미
 글쓴이 :
조회 : 1,652  
자연스럽게 산다는 것의 의미
[서평]황대권의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민들레, 어린 시절 뛰놀던 산에 들에 지천으로 피어있던 꽃이다. 야생초와 더불어 살아온 황대권은 민들레로부터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민들레가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 것은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야생초가 만발한 들판이 아름다운 이유도 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줄 아는 온갖 꽃과 풀들이 서로 어울려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간 사회도 야생초 화단처럼 평화롭고 아름답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타고난 자신을 사랑하고 사랑의 힘으로 남을 사랑해야 합니다. 민들레는 결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사람들의 온갖 보살핌 속에서 재배된 장미보다 자연 상태에서 누구의 손길도 받지 않고 스스로 자라 꽃 피운 민들레가 더 아름답다는 것이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기만의 작지만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민들레의 참가치를 예찬하고 있다. 단지 야생의 들풀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 생명과 평화 공동체의 의미를 찾으려는 작가의 치열한 성찰이 돋보인다. 그리고 그런 성찰의 말을 차분하고 부드럽게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며칠 뒤 나는 고무신을 신고 같은 곳을 찾아가게 되었다. 일부러 그리 한 것이 아니라 고무신을 신고 근처로 나들이를 나왔다가 내처 그곳까지 가게 된 것이다. 얇은 고무 밑창을 통해 전해지는 땅의 굴곡과 작은 돌들의 속삭임이 정겹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무심코 제법 큰 돌의 모서리를 밟은 모양이다. 아팠다. 어쩔 수 없이 딛고 다니기 쉬운 길을 골라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군화를 신고 갈 때보다 더 세심하게 주위를 살피게 되었고 발놀림도 조심스러워졌다. 장시간 산행이 곤란해지니 개울을 만나면 물가에 발을 담그고 앉아 쉬게 되고, 너럭바위를 만나면 바위에 걸터앉아 쉬게 되므로 자연히 동행한 사람과 얘기하게 된다. 고무신을 신고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자연 앞에서 겸손하지 않으면 다친다는 것, 그리고 겸손한 만큼 자연을 더 알게 된다는 것이었다. (48~49쪽)

군화를 신고 등산을 할 때는 거침이 없다. 울퉁불퉁 돌무더기가 있어도 빼곡한 갈대숲이 가로막아도 우지끈 뚝딱 밟고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고무신을 신고는 그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발이란 이름으로 자연을 거침없이 훼손시켜왔던 오만한 인간의 모습을 군화와 고무신이라는 간단한 소품을 이용해 여지없이 폭로하고 있다. 그러면서 작지만 깊은 목소리로 주장한다. 자연 앞에서 겸손하자고.

자연 앞에서 겸손하지 못하고, 다른 생명체를 인간을 위한 물질이나 재화 정도로만 여기는 인간들에게 되돌아올 수 있는 참혹한 결과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은 다른 모든 생물종들이 인간을 위해서 희생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이것이 과연 옳은 태도일까? 다른 모든 생물종들을 멸절시켜서라도 지켜야 할 만큼 인간의 생명은 그렇게 값어치 있는 것일까? 사실 신문지상에 나도는 인간들의 행위는, 많은 경우 ‘벌레만도 못하다’ 할 정도로 구질구질하다. (58쪽)

(닭이) 조금만 더 크면 A4용지보다 작은 크기의 철망 안에 몸통이 갇힌 채로 머리만 밖으로 내놓고 온갖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뒤범벅된 유전자 조작 사료를 먹고 살을 찌운다. 사육되는 동안 수시로 살균소독제가 뿌려지고 사료에는 항생제와 성장촉진제, 안정제 따위가 투입된다. 정상적인 닭은 자연수명이 평균 7년이지만 치킨집으로 가는 이 닭들은 호르몬제를 먹고 이상 발육하여 겨우 37일 만에 도축장으로 끌려간다.

연구자들의 조사에 의하면 이 무렵의 닭들은 전염병만 안 걸렸을 뿐이지 거의 질병센터나 다름없다. 주로 탈수, 심장질환, 관절염, 호흡기 질환 등이 발견된다고 한다. 또 다른 조사에 의하면 90퍼센트 이상의 닭고기는 닭암에 걸린 상태라고 한다. 하긴 어떤 동물이건 그런 조건에서 사육될 경우 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한국인의 사망 원인 가운데 암이 1999년 이래 계속해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네 삶의 조건이 점점 기업식 양계장을 닮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78쪽)

치킨용으로 시중에 나오는 닭의 90%가 암에 걸린 상태란 사실은 충격적이다. 주변에서 암에 걸린 지인들의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는데 그런 일들이 우연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욕구에 의해 생명이 아닌 재화로 여겨져 비정상적으로 사육되는 게 어찌 닭뿐이랴. 돼지도 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끔찍한 이 현실을 넘어설 방법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은 다음과 같다.

‘지속적인 발전’ 또는 ‘지속적인 성장’이란 말에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형태를 바꾸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발전이나 성장은 생산력에 무게를 둔 말이다. 그러나 지금 인류가 맞고 있는 위기는 낮은 생산력 때문이 아니라 과도한 생산력과 그로 인한 부의 불균형한 분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따라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산력 발전의 속도를 낮춤과 동시에 균등한 분배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 (중략) … 작은 공동체와 개인이 중심이 되는 사회경제 체제가 낮은 생산력 때문에 유지되기 어렵다고 믿는 이들은 지금까지 누려왔던 소유와 소비의 기준에 입각해서 그런 생각을 한다. 소유와 소비의 기준을 낮추고 대신 ‘나눔의 극대화’를 통해 유무상통한다면 밝고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낮은 생산력과 나눔으로 인해 마음은 더욱 부자가 된다. (198쪽)

파괴되는 생태계를 되살리고 각박해지는 사회를 벗어나는 길이 작은 공동체와 나누는 사회의 실현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자연 속에서 다양한 생명체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작은 노력들이 모여 작은 공동체와 나누는 사회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다’는 말을 되새겨보았다. 봄날 들녘의 여기저기에 돌보는 이 없어도 제 나름의 색과 향기를 지닌 꽃을 피우는 야생초와 더불어 사는 지혜를 갖추는 것이 바로 가장 자연스러운 삶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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