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06-0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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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경향신문
 조회 : 3,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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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은 브랜드가 회사를 살찌운다
그룹 성패 결정짓는 대표브랜드에 얽힌 숨은 뒷이야기
'나쁜 브랜드는 회사를 무덤으로 가게 한다’는 말이 있다. 기업의 브랜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압축해서 보여주는 말이다. 기업의 정체성은 다양한 브랜드 표현 요소들(네이밍, 컬러, CI, 슬로건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 기업들은 어떤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어떻게 기업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가. 기업들의 브랜드에 얽힌 희노애락을 살펴보면 그 답이 보인다.
“도대체 QOOK이 뭐야?” 최근 브랜드 마케팅에 가장 민감한 업종을 꼽으라면 단연 통신업종이다. 최근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는 광고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KT의 유무선 통합 브랜드 ‘QOOK(쿡)’은 전형적인 ‘입소문 마케팅’의 사례다.
KT는 ‘QOOK’을 공식 론칭하기 이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일단 공식 론칭일(4월 8일) 전인 지난 3월 20일부터 일주일간 포털업체인 다음의 항공지도 서비스 ‘스카이뷰’를 통해 ‘QOOK’이라는 새 브랜드를 노출시켰다.
위성사진상에서 KT 사옥 옥상에 ‘QOOK’을 새긴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었던 것.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 사진은 외계인의 소행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영국의 ‘미스터리 써클’과 비슷한 볼거리를 제공했고, 위성사진 게재 후, 4일 동안 540만 명의 누리꾼에게 노출되는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이는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54억 원 규모의 광고 효과라는 게 회사 측 자체 분석 결과다.
이어 본격적으로 티저광고(궁금증을 유발시키기 위해 메시지나 주제를 처음부터 밝히지 않고 시리즈로 조금씩 제시해나가는 형식의 광고)를 시작했다. 우선 직원들을 활용했다. 3만6000여 명의 KT 직원 집에 모두 현수막을 내걸도록 독려했다. 가로 2m, 세로 1m가 조금 넘는 빨간 현수막에는 ‘집에서 QOOK’이라는 뜻 모를 말만 써 있어 궁금증을 유발시켰고, 최근 가장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아내의 유혹’ 장면을 배경으로 해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새로운 걸 원해? 집에서 쿡해!’ 등 솔깃한 멘트들을 써넣어 사람들로 하여금 ‘도대체 QOOK이 뭐야?’라는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단 한 달 만에 ‘QOOK’이라는 브랜드를 대중에 각인시킨 것이다. 이 광고를 기획한 KT 통합이미지전략팀 이수호 과장은 “단어를 이용한 이미지 메이킹이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해 ‘쿡(QOOK)’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QOOK’보다 먼저 나와 선풍적 인기를 끈 SK텔레콤의 ‘비비디 바비디 부’는 지난해 ‘되고송’으로 대박을 친 SK텔레콤이 2009년을 겨냥해 의욕적으로 만든 캠페인송이다. 도대체 ‘비비디 바비디 부’는 무슨 뜻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이 단순하고도 중독성 있는 멜로디는 1950년에 개봉된 월트디즈니 만화인 ‘신데렐라’에서 차용한 것으로 요정이 신데렐라를 변신시켜줄 때 외우는 마법의 주문이다. SK텔레콤의 설명에 따르면 호박을 마차로, 누더기 옷을 멋진 드레스로 바꾸는 것처럼, 고객의 생각을 실현시키는 희망을 전하려 차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기배우인 장동건과 가수 비, 두 톱스타가 TV 속에서 생각대로 이루어진다는 ‘비비디 바비디 부’를 외치는 모습은 희망의 메시지를 상징한다. KTF의 영상통화브랜드인 ‘SHOW’의 그늘에 가려 꽤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했던 ‘생각대로T’는 전쟁터 같은 이동통신사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주문(呪文)이라도 걸어야 할 입장이었고, 당일 공개하고 바로 오후에 대히트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SK텔레콤의 박혜란 브랜드전략실장은 “고객의 소망이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 이뤄지기를 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이를 통해 T가 고객들 사이에서 러브마크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밝혔다.
브랜드38연구소 박문기 소장은 “전략적인 네이밍 개발과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라며 “잘 만든 브랜드 하나가 회사를 완전히 새로운 기업으로 변신시킨 예는 수없이 많다”고 밝혔다.
새로운 브랜드로 기업 가치를 업그레이드한 예는 삼성의 아파트브랜드 ‘래미안(來美安)이 좋은 예다. 래미안은 2000년 당시 삼성물산 주택담당 부문장이던 이상대 부회장이 과감히 삼성아파트에 ‘삼성’을 빼고 그 자리에 ‘래미안’을 넣자고 제안한 것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이름 그 자체만으로도 세계적 브랜드였던 ‘삼성’을 빼자니 당시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래미안에 대해 자신했고, 이는 결국 임원들을 설득시키는 데 충분한 이유가 됐다. 지금 래미안은 아파트 브랜드의 1위 상표가 됐다. 당시 이 부회장은 브랜드 ‘래미안’ 론칭으로 2년 만에 적자 기업을 흑자로 전환시키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래미안’ 아파트, 흑자로 전환시켜 현대자동차의 대표 브랜드인 쏘나타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다. 현대자동차는 최초의 국내 개발 승용차 ‘포니’와 ‘엑셀’의 출시로 대성공을 거둔 후, 중형차 개발에 착수했다. ‘Y2 프로젝트’라 불린 이 개발계획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1986년 6월 마침내 ‘Y2카’가 그 모습을 드러냈지만 차명(車名)을 결정하는 것이 문제였다. 자동차 이름에 대한 사내 응모작 중 ‘쏘나타’ ‘퀘스트라’ 등 최종 6개 후보안을 놓고 내부 토론을 거쳤다. 미국 현지의 딜러들에게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출전략형 차량임을 감안, ‘쏘나타’라는 명칭에 대한 반응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 사업 관련 사업부서에서는 난색을 표했다. 고객들이 이미 1983년에 스텔라를 개조한 차량인 ‘소나타’ 모델을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항간에 ‘소나 타는 차’라는 부정적인 연상을 일으키는 차라는 부담감도 작용했다. 막대한 개발비를 들여 새롭게 선보인 신차에 구 모델의 이름을 갖다붙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최종 이름이 ‘쏘나타’로 결정됐고 우려는 기우(杞憂)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브랜드명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일화이다.
반면 브랜드로 인해 뜻하지 않게 곤욕을 치른 경우도 종종 있다. 특히 영문 표기와 관련해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브랜드도 있다. 삼성전자의 ‘지펠’은 출시 당시 영문표기를 ‘Zipfel’로 하려고 했다. 독일어로 ‘최고’ ‘정상’을 뜻하는 말이지만 속어로는 남성의 성기를 뜻한다고 하여 삼성 측이 서둘러 f를 빼서 지금 이름인 ‘Zipel’로 론칭했다.
‘애니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애니콜은 ‘언제(Any when), 어디서나(Any where), 어떻게든(Any how) 잘 터진다’는 의미로 소비자들이 바라는 휴대전화기의 속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특히 영어권 국가에서는 ‘anycall’이 전화하면 언제나 달려오는 ‘콜걸’을 연상시켜 제품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값싼 제품, 믿을 수 없는 제품으로 인식될 수도 있어 의도적으로 브랜드 네임을 숨기고 ‘samsung phone’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걱정하다는 뜻을 가진 ‘worry’를 연상시키는 우리은행(wooribank), Jail(감옥·감금)을 연상시키는 제일은행(현 SC제일은행)등이 있다.
브랜드가 업체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다. 신성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미소지움’은 ‘미소를 짓는다’라는 의미와 콜로세움과 같은 웅장한 건물을 연상시키기 위해 만들었지만 ‘미소를 지운다’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위험이 있다.
제품 브랜드가 센세이션을 일으켜 아예 회사명을 제품명으로 바꾼 사례도 있다. 조선맥주(현 하이트맥주)가 그렇다. 하이트맥주가 나오기 전 조선맥주의 대표 브랜드는 ‘크라운’이었다. 당시 맥주시장에서 조선맥주는 OB맥주에 밀려 만년 2위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조선맥주는 창립 60주년을 맞아 그룹의 사활을 건 제품 브랜드의 변경을 결심한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회의실. 테이블 위에는 다양한 종류의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가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회의에 참석한 팀원들은 이미 술기운으로 얼굴이 불그스름하다. CI전문회사인 인피니티에 허락한 시간은 4주였지만 이미 술만 마시면서 고민만 한 지 2주가 흐른 상태였다. 마감시간이 다가올수록 팀원들은 서서히 지쳐갔다. 이때 지하 150m에서 암반수로 만든 맥주라면 먼저 원료가 되는 암반수를 ‘높이’ 끌어올려야 하니 ‘Height’가 어떻겠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모두 그 발상에 동의했지만 강한 임팩트를 주기에는 글자 수가 너무 많은 것이 문제였다. 장고(長考)를 거듭한 끝에 Height에 맑고 깨끗하다는 뜻의 ‘White’를 더하고 글자 수를 4개로 줄이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맥주가 ‘Hite’이다.
제품명 하이트, 회사명까지 바꿔 하이트는 첫 선을 보인 후 OB맥주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더니 업계 1위에 올라서는 파란을 연출했다. 브랜드 파워가 주는 감격의 순간을 맞은 것이다. 이후 조선맥주는 아예 65년간 사용해오던 사명인 조선맥주를 하이트맥주로 변경했다. 브랜드의 힘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브랜드의 힘은 이미지에서 나온다. 마치 ‘죽은 공명이 살아 있는 중달을 물리치듯’ 브랜드가 가지는 힘은 그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 이런 이유로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막대한 자본을 사용한다. 대중에 한 번 각인된 ‘좋은 브랜드’와 ‘나쁜 브랜드’의 차이는 제품의 품질 향상과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기업이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많은 노력과 시간, 막대한 자본을 사용하는 이유다.
총수·오너 자신이 최고의 브랜드
왼쪽부터 이건희, 구본무, 정몽구, 최태원.
대기업 총수는 ‘그룹의 얼굴’이자 그 자체로 ‘그룹의 최고 브랜드’다. 언론에 비친 총수의 언행 하나하나는 그 어떤 광고 캠페인보다 몇 배의 광고효과를 보이고 그룹 이미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기업마다 총수나 CEO의 PI(President identity: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이미지 통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언론과 대중의 입장에서 대기업의 최고사령탑이 공개석상에서 무슨 옷을 입고, 어떤 말을 하는지, 취미는 무엇이고 매너는 어떤지, 심지어 언론에 실리는 사진 하나하나도 관심의 대상이다. 메타커뮤니케이션즈 노범석 대표는 “경쟁 기업에 대해 기업 브랜드의 차별적 우위성을 부여하는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기업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것이 CEO PI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PI전략 중에서도 화두를 던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 최대 기업의 전 총수로서 던지는, 짧지만 함축적인 말로 선 굵은 이미지를 더 효율적으로 강조한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 전 회장의 말 한마디는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쳤다. 실례로 “월드 베스트(세계 일등)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아내와 자식빼고는 다 바꿔라” “천재 1명이 1만 명을 먹여살린다”라는 일반적인 발언도 이 전 회장 입에서 나오면 화제가 되고 당대의 이슈로 급부상했다. 이렇게 던져진 키워드는 그대로 그룹 경영의 목표가 돼 전체 임·직원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매진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또 적절한 시기에 ‘뉴스위크’ 등 세계적 잡지의 표지인물로 등장하거나 해외 방문 시 IOC위원으로 국빈에 준하는 예우를 받는 등 이 전 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은 그룹 경영 및 기업 이미지 구축의 전략적 목표 달성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1등 LG’의 이미지 만들기의 상징이다. 구 회장의 콘셉트는 1등을 향해 역동적이고, 활동적인 이미지 만들기다. 현장경영을 강조하는 것과 언론에 노출될 때 넥타이 차림의 정장보다 노타이의 편안한 복장을 즐겨 입는 것이 단적인 예다. 특히 직원들에게도 노타이 차림의 자율복장을 허락해 역동감 넘치는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GS그룹은 LG그룹에서 분리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룹이나 CEO가 일반 대중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LG의 대표얼굴인 구씨에 비해 GS그룹은 허씨라는 인식을 아직 확고히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를 보더라도 제품 생산이 아닌 유통과 물류 위주의 사업구조라 GS그룹 자체의 홍보에도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GS는 그룹 총수의 이미지 관리에 다른 그룹보다 신경을 더 많이 쓰는 편이다. GS그룹 허창수 회장은 역동성을 PI전략을 삼고 있다. 허 회장은 꼬리표처럼 붙는 ‘은둔의 경영자’라는 닉네임을 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공식석상 참석률을 높이는 등 소심한 경영자보다 굵직한 경영자로서 이미지를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03년 SK 글로벌 사태로 시련을 겪은 뒤 ‘사회구성원들의 행복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행복경영’을 제창해 그룹이미지를 일신시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 회장이 자주 이용하는 이미지는 사회봉사활동에서다. 특히 최 회장이 직접 연탄을 배달하거나 앞치마를 두르고 쿠키를 굽고 김치를 담그는 등의 모습을 자주 언론에 노출시킴으로써 SK그룹이 따뜻한 기업으로 재탄생했음을 보여준다는 전략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현장경영 강조 이미지 창출도 같은 맥락이다. 수시로 현대·기아차의 해외 현지법인 등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는 이미지를 창출해 ‘현장경영의 전도사’라는 정 회장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노력이다. 한화그룹도 김승연 회장이 2006년까지 강력히 추구했던 ‘뉴(New) 한화 건설’을 위한 참신한 경영자 이미지를 PI로 삼아 ‘글로벌 경영’ 강조를 통한 글로벌 CEO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진그룹의 조양호 회장은 국제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을 주도적으로 결성하는 등 글로벌 동맹 및 경영을 강화하는 노력으로 한진그룹 및 대한항공 내에서도 ‘글로벌 CEO’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경우 직원들과 자리를 함께하는 기회를 다른 그룹 총수에 비해 자주 갖는 편이어서, ‘스킨십 경영’의 전도사로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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