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6-11-2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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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여담>수목장
[문화일보 2006-11-23 14:08]
최근 나무들이 전에 없는 대접을 받고 있다고 한다. 화장이 늘어 나고 자연친화적인 수목장(樹木葬)이 인기를 끌면서 수목장 나무 한 그루 가격이 최고 500만원에 달하는 등 나무값이 급등하고 있다. 수목장이 늘어나면 조상의 유해가 묻힌 나무야말로 그 가 격을 떠나 극진한 ‘예우’를 받을 것같다.
인간의 관심 여하에 따라, 주인에 따라 나무의 팔자도 천차만별 이다.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진 나무는 그 후손을 잇기 위해 국보 급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나무가 국립공원 속리산의 정이품송(正二品松·천연기 념물 제103호). 수령 600여년인 이 소나무는 강풍에 가지 하나만 부러져도 세인의 걱정을 들어왔다. 최근 충북 보은군은 정이품 송 옆에서 키워온 자목(子木) 5그루 중 4그루를 분가시키기로 했 다. 이 자목은 정이품송이 솔잎혹파리에 감염되는 등 수난을 당 하자 후사를 걱정해 1980년 솔방울의 싹을 틔워 키워온 것이다. 어 미의 명성에 걸맞게 애지중지 키워진 자목은 올해로 수령 26세.
이번 분가는 자목들이 어미에게 피해를 줄 염려가 있어 더 좋은 생육환경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최근 ‘안네의 일기’로 유명한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에게 희망을 주었던 은신처 앞 밤나무가 그의 곁으 로 이사를 간다는 소식이다. 수령 150∼170년인 이 밤나무 역시 잎나방벌레의 공격으로 절반 정도가 썩어들어갔다. 결국 베어져 60여년 만에 안네 곁으로 옮겨지고 대신 같은 자리에 기존 나무 의 자목이 심어진다고 한다.
‘뼈대’ 있는 나무는 혈통 확인을 위해 디옥시리보핵산(DNA) 유 전자 분석까지 실시된다. 천연기념물 제4호로 1990년 벼락을 맞 고 죽은 서울 통의동 백송(白松)의 경우 주변 소나무에 대한 유 전자 분석을 벌여 후손이 아님이 확인되기도 했다.
수목장 얘기가 나온 김에 부모의 유해가 묻힌 나무의 씨앗을 받 아 그 자목을 정원이나 안방, 혹은 고향 뒷산에 심어보면 어떨까 . 부모님 섬기듯이 이 자목을 정성들여 키우다 보면 동구 밖 마 을 수호목처럼 일가를 지켜주는 ‘조상목(祖上木)’이 될 것같다 . 또한 자자손손 이 나무를 키우다 보면 정이품송이나 안네 프랑 크의 밤나무 못지 않은 역사와 혼이 깃들고 더 나아가 오얏 리(李 )·버드나무 류(柳)씨 등과 같은 성씨가 탄생할 수도 있지 않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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