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05-1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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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척받는 화장장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tjoh@chosun.com
입력 : 2008.05.16 21:54 / 수정 : 2008.05.16 23:07 Url 복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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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은 산길을 가다 무성하게 자란 율무를 보면 걸음을 멈추고 반야심경을 읊는다. 율무는 염주로 만들어 목에 걸고 다니다 60~70년이 지나도 싹이 튼다고 한다. 누군가 길에서 죽으면 시신은 썩고 걸고 있던 율무 염주가 싹을 틔워 자란다. 스님들은 길가 율무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거기에서 죽음을 보며 합장한다. 그렇게 우리 가까이 도처에 있으면서도 결코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 죽음이다.
▶서구 주택가나 캠퍼스에선 공동묘지를 쉽게 본다. 하버드대만 해도 옛 래드클리프대 바로 곁에 묘지가 있다. 프랑스 파리 외곽 53㏊에 이르는 종쉬롤 묘지는 장례식장, 장례용품 수퍼마켓, 화장장을 갖췄다. 가족 묘, 태아 묘, 납골당, 수목장 정원까지 다양한 묘역이 있다. 워낙 잘 꾸며놓아 종종 결혼식도 열린다.
▶일본 도쿄도(都)엔 공영 화장장 23개가 있다. 지자체마다 주민용으로 하나씩 세웠다. 민영 화장장도 6개다. 시부야 주택가 복판, 아파트 앞에 있는 요요기 화장장은 에스컬레이터를 갖춘 3층 건물이다. 굴뚝이 없는 첨단 화장로(爐)를 들여 냄새나 연기가 전혀 안 난다. 일본은 화장률이 99%다. 일본인이 화장장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유골단지를 집 안에 모실 만큼 죽음에 대한 의식이 열려 있어서다.
▶수원 화장장이 성남 화장장에 이어 외지인 이용료를 3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린다고 한다. 외지 사람이 너무 몰려 주민이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는 이유다. 자기 도시 화장장은 막으면서 무임승차하려는 외지인이 얄밉기도 할 것이다. 인구 2000만 수도권에 화장장이 셋이다. 상주(喪主)들이 시신을 싣고 원주·청주·대전까지 내려가는 판이다. 정부가 갖은 수를 써보다 못해 장사법(葬事法)을 고쳐 시·군·구마다 화장장을 세우도록 했지만 잘 될 것 같지가 않다.
▶'시체를 태운 재가 당신 밥 속에 들어간다.' 경기도 어느 도시에 내걸린 화장장 반대 플래카드다. 우리가 언제부터 죽음을 이리도 혐오하고 멸시했나.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라는 라틴어 경구(警句)가 있다. 죽음은 누구나 맞는다. 악(惡)이나 벌(罰)이 아니라 오랜 여행 끝 귀향이다. 죽음을 업신여기는 것은 스스로에게 침 뱉기다. 죽음에 대한 경외(敬畏)부터 회복해야 화장장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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