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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1-03 11:17
1/3[최요삼, 그가 아름다운 이유]
 글쓴이 :
조회 : 2,902  
최요삼, 그가 아름다운 이유
 
 
 
 
“이 글러브 좀 풀어줘.”

마지막 라운드가 끝나고 코너로 돌아온 최요삼(35)은 이렇게 말한 뒤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다시는 말문을 열지 못 했다.

한국 복싱을 지탱하던 별이 끝내 지고 말았다. 뇌출혈로 인해 의식을 잃은 채 9일간 사투를 벌이던 그는 3일 자정 결국 세상을 떠났다.


최요삼의 심장, 신장, 췌장, 각막 등 장기는 서울 아산병원의 적출수술을 통해 환자들에게 전달됐다. 그의 재기를 뒷바라지 해온 동생 최경호 씨는 “어려운 이들에게 장기를 나눠주는 것은 형의 뜻이나 마찬가지”라며 충혈된 눈으로 굵은 눈물을 쏟아냈다.


누구보다 힘든 길을 외롭게 걸어왔으면서도 주위 사람들을 먼저 보살피던 천성대로였다. 전신에 피멍이 들며 어렵게 번 돈이지만 자신보다 남을 위해 썼다. 어머니에게 아파트를 사줬고, 조카들에게는 곧잘 용돈을 쥐어줬다. 생면부지의 환자 9명에게 장기를 나눠준 것은 챔피언이 이 땅에서 베푼 마지막 사랑이었다.

그러나 그가 남긴 것은 비단 이뿐만 아니다.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오뚜기 정신을 국민들의 가슴에 각인시켰다. 챔피언벨트 탈환이라는 목표를 향해 모든 것을 바쳐 도전하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됐다.


최요삼은 지난 99년 10월 사만 소루자투롱을 꺾고 세계복싱평의회(WBC)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에 올랐다. 하지만 IMF가 터진 탓에 그에 걸맞은 금전적 보상을 전혀 받지 못했던 불운한 챔프였다. 스폰서가 없어 방어전조차 제대로 잡을 수 없었다. 경기감각을 잃은 탓에 2002년 7월 4차 방어전에서 타이틀을 잃고 말았다.


이후 세 차례 재기전에서도 실패한 그는 2005년 울며 겨자먹기로 링을 잠시 떠나야 했다. 하지만 2006년 12월 다시 링에 올랐다. 남들이 은퇴할 나이에 그는 다시 글러브 끈을 바짝 조였다. 도전은 다시 시작됐다.

주위에선 무리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피나는 노력으로 보란듯이 해냈다. 지난 9월 세계복싱기구(WBO)의 인터콘티넨털 챔피언에 올랐던 것이다. 한국 유일의 해외 타이틀 홀더가 된 동시에 세계타이틀이 가시권에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지난 해 크리스마스에 벌인 방어전은 세계 타이틀 탈환을 위해 가진 전초전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경기는 그의 마지막 경기가 되고 말았다. 경기 직후 뇌출혈을 일으켜 쓰러진 뒤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그 사이 그가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동안 그가 써온 일기장이 공개됐다. “너무 외롭다” “밀리면 죽는다” “맞는 것이 두렵다” “피 냄새가 싫다”…. 늘 파이팅 넘치는 경기로 팬들을 매료시켜온 그가 실은 홀로 고독과 두려움을 감내해 왔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최요삼의 미니홈피에는 수많은 네티즌들이 방문해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최요삼의 장례는 5일 오전 6시 권투인장으로 치러진다. 화장 후 납골함은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화곡리 유토피아추모관에 안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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