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7-01-25 10:57
|
1/25[장율마을 “이제 상수도·도시가스 들어오겠죠” ]
|
|
|
글쓴이 :
 조회 : 1,781
|
장율마을 “이제 상수도·도시가스 들어오겠죠”
장례문화센터 유치 용인 장율마을
주민 153명 ‘경기도 속 깡촌’ “살기좋은 고향 후손에 물려주자”
기피시설 반대하는 주민 설득…지원금으로 주거환경 개선 기대
용인=정아연기자 hotaru@chosun.com
입력 : 2007.01.25 00:30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소재지에서 4㎞ 가량 떨어진 어비(魚肥) 2리 장율(長栗)마을.
82가구 153명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곳은 ‘경기도 속 깡촌’으로 통한다. 상수도·도시가스 시설도 아직 없다.
집집마다 지하수를 끌어 쓰는 물저장 탱크, LP가스통은 필수다. 반면 마을 입구에서부터 산 아래까지를 둘러봐도 ‘구멍가게’조차 없다. 병원·수퍼마켓을 이용하려면 4㎞를 차 타고 나가야 한다. 저수지 낚시터를 찾아오는 외지인들을 위한 레스토랑·카페 등 음식점만 네댓 곳 있을 뿐이다.
그런 이 동네의 주민 발걸음이 23일부터 바빠졌다. 용인 시립 장례문화센터 부지로 최종 확정됐기 때문이다. 24일 오전 이 동네 마을회관. 지역 살림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에 부푼 주민 20여 명이 모여 마을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인센티브로 이 마을에 나오는 100억원과 마을이 속한 이동면에 나오는 100억원의 지원금을 어디에 쓸지가 주제다. 우선 사시사철 깨끗한 물이 나오는 상수도는 물론, 도시가스도 연결할 계획. 집집마다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가 생기고, 학생들은 장학금을 받고 학교에 다닌다. 200년 된 느티나무가 서 있는 6m 폭 농로는 4차로로 확장된다. 혹시 있을지 모를 인근 마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45번 자동차전용도로에서 마을 입구로 나들목도 내달라고 시에 요청했다. 마을 한가운데 산수낚시터는 호수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김성기(47) 이장은 “2월 안에 시와 협약서를 체결, 6월까지는 상수도, 마을 정보화 지원, 장학기금 조성 등 계획을 진행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오전 용인시 이동면 어비 2리 산수낚시터 옆에 주민 20여명이 모여 시립 장례문화센터가 들어설 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허현주 객원기자
화장로 10기의 화장장, 3만기의 납골함을 안치할 수 있는 납골당, 최대 16만기의 납골함이 들어가는 4만5000평 규모 가족 납골묘, 2만평의 수목장, 장례식장, 조각공원 등은 2010년까지 산수낚시터 뒤편 야산을 따라 17만여 평에 824억원을 들여 세워진다.
이 마을이 장례문화센터 유치를 본격 추진한 건 지난해부터. 김성기 이장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마을의 주거환경을 확 바꾸기 위해 용인시가 추진해온 시립장례문화센터 유치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김 이장은 “용인시에서 가장 낙후된 어비 2리를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보자”며 주민 설득에 나섰다.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주민들 집을 일일이 찾아 “장례센터가 모두 연기 나고 혐오스러운 것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고, 열댓 명을 모아 버스를 전세 내 수원·인천 화장장을 돌며 견학도 했다. 맨 처음 장례시설이 들어온다는 말에 극구 반대했었다는 이상진(68) 할아버지는 “후손이 잘살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거라면…”이라며 찬성표를 던졌다. 그렇게 해서 주민등록이 돼 있는 66가구 중 56가구의 동의를 얻었다. 추진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마을 회의 내용을 담은 회의록도 유치신청서에 첨부했다.
하지만 마을에는 아직도 장례문화센터를 둘러싼 잡음이 완전히 그치지 않았다. 마을 입구에는 “이동면에 화장터가 웬 말이냐(묘봉리 주민 일동)”는 인근 마을 일부 반대 주민들의 현수막도 나붙었다. 80년대 말부터 어비리에 들어와 살았다는 박세진(75) 할머니는 “이제 곧 80대인데, 죽기 전에 우리한테 무슨 혜택이 돌아오겠나. 공사 시작하면 마을 오염되고, 피해만 입는 거 아니냐”고 했다. 인근 묘봉리 등에서는 유치반대추진위원회도 생겼다.
주민들은 이런 갈등을 걱정하면서도 이 길밖에 없다는 얘기들을 많이 했다.
“나도 아버지, 할아버지 모두 이곳 선산에 모셨지만, 우리가 오죽했으면 이런 결정을 했겠어? 시골이라도 연봉 2000만원 이상 벌 수 있는 곳이라야 젊은 사람들이 고향 땅을 찾아오지.” 주민 강태균(63·농업)씨가 입을 열었다. 대학생과 고등학생 아들을 둔 남향란(여·47)씨는 “이웃마을인 이동면 천리만 해도 우리와 문화가 천지차이에요. 우리는 장을 보려면 읍내까지 나가야 되고, 지하수를 매번 끓여 먹고, 난방은 보일러를 때야 하니 생활비가 한 달에 70만~80만원까지 나온다니까”라고 말했다.
용인시 사회복지과 장묘문화계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모를 통해 입지가 확정됐고, 개발이 가능한 구역인 만큼 이달 중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하고, 8월까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한 뒤 내년 11월부터 본격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