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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아들이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지 못해 시신을 반 년 가까이 방치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다세대주택에서 일어난 비극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숨진 김씨의 아들은 한동안 어머니 곁을 지키다가 집에 음식이 떨어지고 전기가 끊기자 인근 전철역에서 노숙 생활을 했다. 그는 '우리 엄마는 5월 3일에 돌아가셨어요. 도와주세요'라는 문구를 들고 구걸했는데 길을 지나가던 사회복지사가 이를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김씨 모자의 비극은 복지 시스템에 여전히 구멍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씨는 2008년 11월부터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했고, 몇 개월째 공과금을 체납하고 있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를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올렸지만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2014년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던 '송파 세 모녀 사망 사건' 이후 공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못 받는 사람을 찾는 방식으로 시스템이 운영되다 보니 김씨 모자처럼 이미 기초생활수급자인 가구가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복지예산은 매년 늘고 있다. 내년에도 올해보다 8.5% 늘어난 89조5000억원이 배정됐다. 전체 정부 예산에서 16%를 차지한다. 장애인연금과 생계급여 등 빈곤 문제 완화를 위한 예산도 대폭 증액됐다. 그럼에도 생활고에 시달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니 안타깝다. 경찰청이 발표한 '2019년 통계연보'를 생명존중시민회의가 분석해보니 경제 문제나 생활고로 인한 자살이 2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3564건으로 2017년 대비 14.6%나 늘었다. 이 중에는 송파 세 모녀나 김씨 모자같이 복지 사각지대에 있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는 취약계층이 더 늘어났을 게 분명하다. 방배동 모자와 같은 비극이 또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늦기 전에 사각지대가 없는지 면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단전 등 이상 징후가 있으면 직접 찾아가 확인하고, 취약가구가 쉽게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행정 절차도 간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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