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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물질 농도 높아지는 '대정비'…하청 노동자의 몫
발전사 하청 노동자 건강 더 나빠…건강군 54% 불과
"하청업체들 인력 공급 역할만"…건강권 위협으로
안전대책 논의에 하청 노동자도 참여할 수 있어야

[대전CBS 김정남 기자]

지난 5월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위험의 외주화 금지약속 파기 문재인 정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고 김용균시민대책위원회 등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화력발전소 대정비 기간 중 작업환경이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인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이 대정비 기간 작업을 대부분 하청 노동자들이 맡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19. 10. 10 석탄에 '1급 발암물질'이…생명 위협받는 화력발전 노동자들)

대정비 기간 중 발생하는 유독·발암물질의 노출이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지만 대책은 요원한 상태다.

발전소의 '위험의 외주화'는 노동자의 건강마저 차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석탄화력발전소의 대정비 기간은 말 그대로 발전소 설비를 점검하고, 보수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현장의 석탄재도 모두 걷어내게 되는데, 이때 석탄재 속 1급 발암물질인 '결정형유리규산'의 공기 중 농도는 최대치로 높아진다.

그런데 석탄재를 걷어내는 사람도, 점검과 보수를 담당하는 사람도 모두 하청 노동자다.

대정비 작업은 100% 도급업체에 의해 이뤄지고 상당수의 일용직 플랜트 노동자들이 투입된다는 것이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등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에게는 분진을 99% 이상 막아주는 특급 방진 마스크가 아닌, 그보다 낮은 수준의 1·2급 마스크만이 유일한 '보호구'였다.

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와 정의당 이정미 의원 등에 따르면 발전사 정규직과 협력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수건강진단 결과 발전사 정규직 가운데 건강한 노동자군은 66%였지만 협력업체 노동자군에서는 이 비율이 54%로 떨어진다.

또 현장 작업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된 폐 기능 검사에서는 1초 동안 최대로 내뱉을 수 있는 숨의 비율(일초율)이 2013년 측정치보다 10% 낮아진 것으로도 나타난다.

화력발전소 내부의 이 같이 열악한 환경이 알려지고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유 또한 현장 노동자들이 하청 노동자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정미 의원은 "발전 업무를 수행하는 데 모든 설비는 발전사 소유이고, 하청업체는 인력만을 공급하는 부서 역할을 해왔다"며 하청 노동자의 건강권이 외면 받는 구조적인 원인을 지적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위험의 외주화 악순환을 근절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은 물론 불법파견 등 고용관계에 대해서도 근로감독을 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를 비롯한 노동단체들이 지난 10일 고용노동부 서산출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력발전소 유독·발암물질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정남 기자)하청과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인 플랜트노조 역시 노동자들에게 안전에 관한 권한은 없다고 말한다.

강성철 플랜트건설노조 충남지부 노동안전국장은 "여전히 발전소에서는 작업의 주체인 노동자들이 일용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현장의 안전과 점검을 배제당하고 있다"며 "하지만 안전의 예방은 일어난 후 사후조치가 아닌 사전에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플랜트노조와 노동단체들은 현재 서산 대산공단 기업들의 경우 대정비에 들어가기 전 노동부와 원청과 하청, 현장에서 일하는 플랜트 노동자들까지 모여 안전대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돼 있지만 발전소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노동단체들은 노동자 참여를 보장하는 간담회 개최와 작업자들에게 특급 방진 마스크 등 보호구 지급, 작업환경 측정 의무화를 비롯한 안전보건대책 마련과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실시 등을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

또한 결정형유리규산에 고농도로 노출되는 일용직 노동자에 대한 인적사항, 작업내용, 작업 투입일수 등의 기록 관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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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n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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