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7-02-0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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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자살자…' 나는 '살자'로 들린다"
한 재판장의 특이한(?) 훈계에 잔잔한 감동
연합뉴스
입력 : 2007.02.07 13:54 / 수정 : 2007.02.07 17:00
“자살자살자살자살자...”
7일 오전 창원지방법원 315호 법정에서 30대 초반의 한 피고인이 낮은 목소리로 ’자살’을 10번 되풀이해 말하는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제3형사부 재판장 문형배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현주건조물방화미수죄로 기소된 A(31) 피고인에게 느닷없이 ’자살이란 말을 10번 말해 보라’고 요구했고, 이 피고인은 재판장의 요구에 따라 되뇌었다.
영문을 모르는 방청객들은 순간 너무나 뜻밖이어서 당황하고 의아해하는 표정들이었다.
이어 문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자살’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살자’라고 들린다”면서 “죽어야 할 이유를 살아야 할 이유로 새롭게 고쳐 생각해 살아갈 것”을 훈계했다.
또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할 49가지’ 책을 피고인에게 건넸다.
중국 작가 탄줘잉의 에세이집인 이 책에는 일상을 풍요롭게 하고 일생동안 해야 할 ’사랑에 송두리째 걸어보기’, ’영광은 다른 사람에게 돌리기’, ’지금 가장 행복하다고 외쳐보기’, ’다른 눈으로 세상 보기’, ’마음을 열고 세상 관찰하기’, ’다른 이의 말에 귀 기울이기’, ’고난과 반갑게 악수하기’ 등 사랑, 자연과의 교감, 사람의 향기 등을 주제로 한 49가지의 의미 깊은 실천 사항들이 실려 있다.
그는 “피고인은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면서 지난 과거의 삶을 찬찬히 되돌아 볼 것”을 권했다.
또 “죽을 생각을 하지 말고 앞으로 책 속에 있는 많은 일외에 여태껏 하지 못한 일을 실천하면서 살기 바란다”며 피고인에게 삶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불어 넣었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은 별 다른 전과 전력이 없고 피해자와 합의된 점 등을 참작했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피고인은 카드 빚을 고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지난해 12월 도내 모 숙박업소에 투숙한 뒤 라이터로 신문지에 불을 붙여 방화하려 했으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신속하게 진화돼 미수에 그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문 부장판사는 “최근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며 “이들에 대한 국가를 포함한 사회 전반의 따뜻한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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